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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스마트 팩토리와 일자리

등록 2024.05.1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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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팩토리와 일자리 기사의 사진

한동안 AI와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담론이 경제평론의 한 자리를 차지하곤 했었다. 특히 고숙련 노동(지식노동과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등)과 저숙련 노동(저임금 서비스직) 일자리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중숙련 노동을 담당하는 제조업의 일자리(특히 생산직)는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이는 2013년 옥스포드 대학 마틴 스쿨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제출했던 '고용의 미래(The Future of Employment)' 보고서에 기인한 주장이었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어 로봇과 AI가 벌어들일 소득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는 정책을 주창하는 사람이 늘었다.

10년이 지났고, 적어도 한국에서는 특별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로봇과 AI 때문에 눈에 띄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 세계 제조업체 중에서 로봇과 AI를 가장 많이 쓰는 축에 속하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2026년까지 8만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동화, SDV(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자동차), 탄소중립 실현, GBC 프로젝트 등 신사업을 위한 4만4000명, 사업 확대를 위한 2만3000명, 고령 인력 재고용을 통해 1만3000명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이 중 정년 연장과 퇴직자 촉탁고용 형태의 1만3000명을 제외해도 신규 인력은 6만7000명 규모다. 로봇과 AI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오히려 인력을 더 쓸 여지가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시점 보편적 기본소득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국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형태로 지급되면서 실험을 거쳤지만, 이제는 '부분적'으로만 써야 하는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급진적' 전망과 정책들이 현실 속에서 자연스레 수정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정교하게 AI와 로봇의 영향, 거기에 보태서 데이터 통신망과 제조업 데이터의 3D 구현을 뜻하는 디지털 트윈까지 포함한 스마트팩토리의 일자리 전망은 어떨까? 지금까지 살펴보건대 제조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영향은 다른 것 같다. 우선 대기업 중 자동화가 용이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의 분야는 생산직 수요는 확실히 줄었다. 단순 작업부터 패턴이 정해진 좀 더 복잡한 조립 가공 작업은 로봇한테 맡겨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제품 완성 후 단차의 조정이나, 공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여전히 노하우가 있는 숙련 노동자가 고쳐야 할 필요가 남았다. 운영과 정비의 영역(O&M)은 사람의 손끝숙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기업 생산직 일자리는 임금과 복리후생이 뛰어나 '최고 생산직' 소리를 듣는다. 원청 대기업에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은 규모가 작고 업력이 오래될수록 AI와 로봇의 영향에서 벗어나 '사람을 갈아 넣는' 3D업종에 가까워진다. 정규직을 뽑아도 안 오고,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채용해도 청년들이 쉽게 떠난다. '좋좋소' 기업들이라며 청년들에게 기피의 대상으로 찍힌 지 오래다. 모든 기업주는 만성적인 구인난을 호소한다. 서로의 구조가 다를 때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사업이 왜 중소기업에 더 중요한지는 고용의 관점에서 더욱더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위한 인력 수요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위험을 줄이고 쾌적함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저출생의 결과로 누적된 인구 감소, 고학력화를 고려하면 제조업 일자리 논의는 기존의 대기업 원청 정규직의 대규모 고용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조 대기업은 대졸 이상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생산직은 규모 전체를 늘리기보다 기존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정규직화해야 한다. '물량'을 쳐내기 위한 비정규직의 활용은 제어되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으로 스마트 팩토리 단계를 '등대 공장'까지 끌어올리고, 생산성 향상에 따른 수익을 빠르게 인건비를 올리는 데 투자하고, 중소·중견·대기업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의 계도가 필요하다.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대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산업정책이 병행되어야만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팩토리 자체가 바꾸는 것은 인구구조 변동과 연동된 인력 수요의 변동일 따름이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5000달러에 맞게, 기틀을 다지는 방향의 아이디어를 좀 더 고안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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