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간 1186억원 규모 51개 공모...작년 전체보다 많아일각에선 품질하락 및 공공성·투명성 훼손 우려 목소리도"조달청과 사전 협의된 사안...사업승인까지 일정 촉박해"
23일 LH 홈페이지 공고를 보면 LH는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총 51개 공공주택 블록의 설계용역을 공모했다. 총 발주 금액은 1186억원 규모다. 이는 LH가 올해 예고한 공동주택 설계공모 발주 금액(2800억원)의 42%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3기 신도시인 하남교산에서만 9개 공공주택 블록의 설계공모가 나왔다. 나눔형 공공분양주택 1459가구가 들어서는 하남교산 A-14 블록은 설계용역비가 55억원으로 가장 높다. 3기 신도시 광명시흥 A2·A3 블록은 합쳐서 63억5000만원의 설계용역비가 책정됐다. A2 블록에는 나눔형 공공분양주택 689가구, A3 블록에는 950가구가 들어선다.
LH는 지난해 한 해 동안 31건의 공동주택 설계공모를 했다. 지난해 묶여 있던 설계공모가 올해로 넘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난달 LH가 공고한 설계공모는 지난 한 해 물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2023년 같은 기간 동안 공동주택 설계 공모는 11건이었고, 2022년 14건, 2021년과 2020년도에는 각각 15건, 17건에 불과했다.
이는 이달 1일부로 LH의 설계·발주·감리업체 선정 권한이 조달청으로 이관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무 이관은 LH 퇴직자가 취업한 전관업체의 이권 개입 소지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LH가 필요한 설계·시공·감리 발주자료를 작성해 넘기면 조달청이 용역 공고, 업체 평가 및 선정, 계약 체결을 진행한다. 즉, LH가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다.
앞서 LH는 지난해 7월 '철근 누락' 사태 등 이권 카르텔 문제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공공사업 이권 카르텔을 해소와 공공주택 품질·안정 향상을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 LH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계약 업무를 조달청으로 이관했다.
LH 관계자는 "업무 이관 초기 혼선을 방지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앞당겨 설계공모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모를 앞당겨야 그만큼 공공주택 공급에 속도가 붙는다"면서 "심사를 꼼꼼히 해서 공공주택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업체 선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조달청 업무 이관은 사전에 예고된 일로 설계 공모 역시 나눠서 진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향후 예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조달청에서 업무를 이관받아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오히려 대량으로 설계 공모를 내놓으면서 공공성과 투명성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으로 그간 일감이 너무 없었는데, 대응하기 벅찰 정도의 설계공모 물량이 나왔다"며 "이전에는 수주 능력을 갖춘 기존 LH 설계 강자들이 용역을 따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한꺼번에 나온 물량을 기존 강자들이 다 가져갈 수는 없으니 기회가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설계용역이 한꺼번에 몰린 만큼 LH가 사후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가 한꺼번에 몰리면 시공 물량도 한꺼번에 쏟아지고, 시공사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며 "LH가 사업 스케줄을 잘 분배하고, 현장 관리 인력도 꼼꼼하게 배치해야 제2의 철근 누락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LH는 "공고 후 심사부터 사업승인까지 60일 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조달청에 업무 이전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일정이 촉박했다"면서 "사업공모와 관련해 조달청과 협의가 있었고 국토부도 해당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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