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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위고비' 열풍에 뜨거워진 비만약 시장···K신약도 가세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위고비' 열풍에 뜨거워진 비만약 시장···K신약도 가세

등록 2024.03.11 17:25

수정 2024.03.11 17:29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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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1000억달러 전망···GLP-1계열 신약개발 활발 GIP·GCG 이중·삼중 타깃으로 효과 높여 경쟁력 ↑투약 편의성 개선···한미·동아ST 등 국내 기업도 참전

15%에 달하는 체중 감량 효과로 인해 '없어서 못 파는 약'이 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등장 이후 비만 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위고비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 1(GLP-1) 계열의 약물에서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고, 심혈관 관련 문제 예방 목적으로도 위고비를 쓸 수 있게 되면서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켜져만 가고 있다.

현재까진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치료제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향후에도 시장 성장성이 큰 만큼 국내 기업들은 더 쉽고 빠르게 살을 뺄 수 있는 차별화된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위고비' 위력에 글로벌 비만약 시장 130조원 넘을 듯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2023년 60억달러(약 8조원)에서 2030년 1000억달러(약 131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노보노디스크가 있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당뇨 치료제로 사용되던 GLP-1 제제를 처음으로 비만 치료제로 개발해 상용화 시켰다.

노보노디스크의 첫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다. 삭센다는 당초 '빅토자'라는 제품명의 당뇨치료제로 사용돼 왔으나 임상 도중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리라글루타이드의 용량 변경을 통해 비만 치료제로 개발됐다. 삭센다는 임상시험에서 대상자의 체중을 5~10%가량 감소시키며 '기적의 비만약'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어 내놓은 제품이 '위고비'다. 위고비 또한 지난 2017년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란 이름의 제2형 당뇨 치료제로 먼저 허가받았고, 비만 치료제로는 지난 2021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와 편의성으로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나갔다. 삭센다는 1일1회 투여 방식인 반면, 위고비는 주 1회로 줄여 편의성이 대폭 개선됐다.

GLP-1 제제는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한다.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생성되는 이 호르몬은 체내 인슐린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기존 식욕억제제들처럼 뇌에 명령을 내려 식욕을 억제하는데도 항정신성의약품과 같은 의존 문제 위험이 크지 않아 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왼쪽은 노보 노디스크 2023년 1월~9월까지 누적 매출, 오른쪽은 전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의 노보노디스크 점유율이다. 그래픽=한국바이오협회 제공왼쪽은 노보 노디스크 2023년 1월~9월까지 누적 매출, 오른쪽은 전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에서의 노보노디스크 점유율이다. 그래픽=한국바이오협회 제공

위고비는 킴 카다시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해외 유명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공급량 부족 사태를 겪을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해 위고비 매출은 전년 대비 407% 증가한 313억4300만 덴마크크로네(6조558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위고비의 매출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위고비는 심혈관 관련 문제 예방 목적으로도 사용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FDA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비만 또는 과체중인 성인을 대상으로 심혈관 관련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 위험을 줄이는 데에 위고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적응증(치료 범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FDA는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비만·과체중인 환자 집단이 심혈관 사망과 심장마비, 뇌졸중을 겪을 위험이 더 크다"며 "이러한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입증된 치료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은 공중 보건의 주요한 진전"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승인은 1만76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위고비 투여군은 심혈관 관련 사망, 심장마비, 뇌졸중 발생 비율이 6.5%였던 반면 위약 투여군은 8%를 보였다. 두 그룹 모두 동일한 혈압·콜레스테롤 관리 치료 및 식이·운동 상담 등을 받았으며 위고비 투여 시 예방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비만 치료제 중 심혈관 문제 예방에 쓰이도록 승인된 약은 위고비가 최초다.

투약 편의성·효과 높인 후발주자 '속속'


현재 '위고비'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약물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다. 당초 '마운자로'라는 이름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으나 적응증을 구분하기 위해 작년 FDA로부터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젭바운드는 'GLP-1'에 더해 GIP 호르몬을 동시 타깃하는 이중작용제다. GIP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약리학적 이점을 향상시키는 한편 메스꺼움과 구토, 설사 등 일반적인 위장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젭바운드는 임상3상 시험에서 15㎎을 72주간 투여시 체중이 최대 22.5% 감소하는 등의 효과를 보였다. 84주 투여 임상시험에서는 체중이 평균 26.6% 줄었다. 주사방식은 주 1회 피하주사 방식으로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젭바운드는 최근 간질환 효능까지 입증해 적응증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최근 젭바운드를 비알코올성지방간염(MASH)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2상에서 증상 개선 효능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바 있다.

이밖에도 많은 제약사가 후속 약물 개발 경쟁에 참전하고 있다.

미국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VK2735'를 개발 중이다. 이 물질도 GLP-1과 GIP 두 가지 호르몬에 작용해서 탁월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인다. 최근 진행한 임상2상에서 13주 차에 위약군 대비 최대 13.1%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에코진의 GLP-1 계열 치료제 'ECC5004'를 독점 도입했다. 경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해당 물질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1상 중이다.

로슈는 미국 카못테라퓨틱스를 약 4조원에 인수했고, 암젠은 비만 치료제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가 투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먹는 비만 치료제 '아미크레틴'은 임상1상에서 위고비를 뛰어넘는 효과를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아미크레틴' 임상 1상 결과 참가자들은 12주 후 체중이 1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는 같은 기간 6% 체중감량을 기록한 바 있다.

경구용·패치형 등장···이중·삼중작용제 개발로 경쟁력 높여


국내 기업들도 환자 편의성과 효과를 높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개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원제약은 몸에 붙이는 패치형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라파스와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를 공동 개발 중으로, 최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임상 1상에서는 건강한 성인 자원자를 대상으로 DW-1022의 안전성 및 약동학적 특성과, '위고비'를 대조약으로 한 상대 생체 이용률을 평가한다.

임상은 올해 11월에 종료 예정이며, 연내에 임상 시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DW-1022'는 주성분 세마글루티드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형태의 패치제로 기존의 주사제를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바꾼 제품이다. GLP-1 계열의 성분들은 대부분 펩타이드이기 때문에 경구 투여 시 생체 이용률이 매우 낮아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주사제 형태로 개발되고 있으나 통증으로 인해 환자들의 복약 편의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DW-1022는 1㎜ 이하의 미세 바늘을 활용함으로써 체내 전달률이 높아 주사제와 경구약 외에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GLP-1계열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내약성 및 안전성, 약동학적 특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질환 동물모델을 이용한 효능평가와 독성평가를 통해 'ID110521156'이 가진 인슐린 분비 및 혈당 조절 관련 유효성은 물론, 동일 계열의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안전성 등을 확인한 바 있다.

회사는 'ID110521156'이 갖는 저분자 화합물의 특성을 활용해 제조 효율과 시장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고 환자 입장에서 사용이 편리한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ID110521156'의 임상개발 등 상업화 작업의 진행 상황에 따라 향후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겨냥한 신약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상업화에 유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 시장 국가에 대한 특허 취득도 완료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통해 체중 감소는 물론 혈당 조절까지 유도하는 비만치료제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물질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GCG)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기전 치료제다. 글루카곤은 포만감 조절과 함께 에너지 소비 및 지질 대사 조절에 관여한다.

회사는 올 2분기 중 글로벌 임상1상을 개시해 하반기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연구센터. 사진=한미약품 제공한미약품연구센터. 사진=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은 GLP-1은 물론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등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한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국내 식약처에 최근 건강한 성인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HM15275'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 약력학 특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1상 시험계획(IND)을 제출했으며, 이달 중 FDA에도 IND를 제출할 방침이다.

회사는 GLP-1/GIP/GCG 세 가지 약리작용을 적절히 활용하면 비만뿐만 아니라 제2형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에 대한 치료 잠재력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비임상 연구에서 HM15275는 근 손실은 최소화하면서도 수술적 요법에 따른 체중감량 효과에 버금가는 효능은 물론, 다양한 대사질환 모델에서 기존 비만치료제 대비 우수한 치료 효능을 입증했다.

이밖에도 회사는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도 개발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작년 10월 식약처의 임상 3상 승인 후 2개월여 만에 첫 환자 등록까지 이뤄지는 등 속도감 있는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 물질은 한국인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kg/㎡, 대한비만학회)에 최적화된 비만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비만약을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체중 감소 비율 수치의 우월성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며 "한국 제약회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으로서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며 "비급여 제품인 수입산 GLP-1 비만약들이 매우 고가인데다, 전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한국 시장 상륙 시점이 불투명하다"며 "한미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들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시장에 제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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