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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라이신 업황 부진에···대상그룹, 바이오 사업 다각화 시동

유통·바이오 식음료

라이신 업황 부진에···대상그룹, 바이오 사업 다각화 시동

등록 2024.03.13 11:05

수정 2024.03.21 14:08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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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라이신' 기업 청푸그룹, 지분 인수 축소IMF 때 잃은 라이신, 2015년 17년 만에 재인수업황 부진에 사업 다각화···레드·화이트 투자↑

대상 군산공장 소재 알룰로스 전용생산동. 사진=대상 제공대상 군산공장 소재 알룰로스 전용생산동. 사진=대상 제공

대상그룹의 숙원사업인 라이신 사업이 축산 업황 부진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라이신 사업은 대상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뛰어들기로 승부를 건 핵심 바이오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라이신 수출이 부진하자 바이오 사업 방향을 바꾸고 매출 다각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상은 흑룡강성복식품집단유한공사(청푸그룹) 지분 취득 예정액을 265억원에서 88억원으로 계약을 정정했다. 지분 취득에 따른 예상 지분율은 32.87%에서 20%로 낮아졌다. 지분 취득은 오는 9월 7일 이뤄질 예정이다.

대상은 지난 2021년 8월 청푸그룹과 지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대상은 청푸그룹의 경영권 확보도 내다보고 지분 51%까지 확보할 수 있는 우선인수권 조항도 포함해 계약했다. 앞서 대상은 2018년 10월 청푸그룹과 1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도 체결한 바 있다.

대상이 청푸그룹과의 협업을 이어온 건 중국에 라이신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라이신은 돼지 등 가축 사료에 첨가해 성장을 돕는 그린바이오(농업·생명 등) 소재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으로, 라이신 수출 비중이 큰 시장이다. 이를 통해 대상은 자사의 소재 기술과 청푸그룹의 입지 및 제조 경쟁력 시너지로 해외 시장 확장을 서두를 걸로 예상됐다.

대상과 라이신 사업의 인연은 지난 1973년 시작됐다. 대상은 국내 최초로 라이신 개발에 성공해 한때 라이신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세대 3대 라이신 기업에 올랐다. 당시 라이신 사업은 연간 매출 2000억원과 영업이익률 20% 이상의 '효자'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대상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라이신 사업을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에 매각했다. 이후 바스프는 2007년 백광산업에 라이신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백광산업은 대상의 사돈 기업으로 김종의 백광산업 회장이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매형이다.

대상이 라이신 사업을 2015년 인수해 17년 만에 되찾은 건 임 명예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명예회장은 라이신 사업의 부활을 숙원 사업으로 여기고,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 사업으로 낙점했다. 대상은 과거 라이신 제조 노하우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대상의 숙원사업은 세계적인 업황 부진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대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청푸그룹 지분 인수를 연기하다 지분 계약 규모를 축소했다. 엔데믹 이후 중국의 소비 침체로 돼지고기 등 소비가 위축되면서 라이신 업황이 악화한 여파가 반영된 걸로 분석된다.

실제 대상의 라이신 공장 가동률은 2021년 94%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78.6%로 낮아졌다. 지난해 대상의 소재(전분당·라이신 등) 부문 매출도 감소한 걸로 추정된다. 대상의 2022년 소재 부문 매출은 1조5250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912억원이다. 분기별로 3000억원씩 냈다고 추정하면, 지난해 소재 부문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청푸그룹의 지분 투자 계약을 축소한 건 효율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서다. 2021년 8월부터 조율해 오다 시장 상황이 바뀐 데 따른 계약 정정"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바이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라이신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6월 친환경 신소재 '카다베린' 시범 생산에 성공했다. 카다베린은 나일론·폴리우레탄 등을 생산하는 기초 원료로 사용되는 화이트바이오(화학제품 대체 친환경 등) 소재다. 카다베린은 라이신을 원료로 하는데, 대상이 라이신을 자체 생산하고 있는 만큼 단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대상은 지난해 말 항진균제 신약 개발 기업인 앰틱스바이오에 75억원을 투자하며 레드바이오(의료·치료 등) 사업 진출도 본격화한 바 있다. 앞서 그룹 차원에서 2021년부터 육성 중인 대상셀진도 레드바이오 사업의 일종이다. 대상셀진은 대상그룹 내 사내벤처팀으로 시작된 의료소재 사업이다. 대상셀진은 클로렐라 기반의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향후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 소재로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대상셀진은 미세 조류 클로렐라를 오래전부터 개발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인 사업"이라며 "대상은 미생물·효소 등 바이오 사업을 토대로 성장해 온 기업이다. 바이오 부문 내에서 레드·화이트바이오 사업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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