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분쟁 끝에 남양유업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한앤코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그런데 현재 한앤코는 지난 3년여 간의 경영권 분쟁만큼이나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홍 회장과의 막바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홍원식 회장의 마지막 '아집'은 정기 주주총회다. 올해 남양유업의 주주총회는 오는 3월 열릴 예정인데, 이번 주총은 지난해 연말 주주명부 기준으로 설정돼 최대 의결권자가 홍 회장이다. 올해 주총까지는 한앤코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주총회는 매년 주식회사의 경영 주체인 주주가 모여 기업의 중요 사안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회의다. 지난해 실적을 확인하고 임원 선임 및 해임 등 올해 회사의 경영 방향을 정한다. 한앤코가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선 주총 결의를 거쳐야 한다. 하루빨리 남양유업의 지휘봉을 넘겨받으려면 홍 회장의 협조가 절실한 셈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홍 회장은 협조에 대한 조건으로 본인의 고문 선임 등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한앤코는 난감하다. 남양유업에선 홍 회장이 곧 '오너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홍 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연임할 경우 한앤코는 임시 주총을 열고 해임 작업에 주주의 찬성표부터 모아야 한다. 즉 번거로운 과정이 더해진다.
한앤코는 그의 아집을 꺾는 최후의 수단으로 또다시 법적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가 떨어진다 해도, 이를 결정하는 심문이 열리는 데만 3월이 다 가버린다. 새출발 준비만도 숨 가쁜데,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힘을 빼는 격이다.
홍 회장이 마주한 현실을 감히 이해할 순 없다. 그는 대학 시절 일찍이 남양유업에 입사해 경영에 참여했다. 분유만 만들던 남양유업의 우유·발효유 등 제품 다각화를 이뤄낸 장본인이다. '제품력이 생명'이라는 자부심으로 키운 남양유업에는 그가 겪은 산전수전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터다. 이런 그가 회사에 강한 애착을 가진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의 아집은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매출 1조원의 국내 3대 유기업 남양유업의 영예는 가려진 지 오래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불붙은 불매운동에 '남양유업'이란 이름은 제품 뒤로 숨기 시작했다. 이 여파로 매출이 꺾인 건 물론이고, 작년까지 4년 연속 적자 행보다. 홍 회장 손에서 흥한 남양유업이 홍 회장 때문에 망하는 모양새다.
남양유업은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소위 '군대식' 문화로 조직이 경직됐지만, 그만큼 충심이 깊다는 의미다. 그런데 홍 회장을 모시던 충신들조차 그의 용퇴를 바라는 상황이다. 그의 임기는 오는 26일까지다. 남양유업과 작별만 남겨둔 홍 회장이 '뉴 남양'에 새 날개를 달아주길 기대하는 건 지나친 걸까.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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