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독립 브랜드 출범 7년반 만에 100만대 판매 돌파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품질·디자인 경영···가파른 성장세 비결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사격···거물급 디자이너 대거 영입
제네시스는 출범 첫해인 2015년 530대 판매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수입차 수요층에도 탄탄한 상품성이 입소문 나면서 2021년에는 출범 6년 만에 글로벌 연간 판매 2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는 8월을 기점으로 누적 판매 100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2015년 11월 국내 최초 럭셔리 브랜드로 탄생한 지 7년 10개월 만의 쾌거다.
정의선 회장의 시험대···제네시스 탄생 전 과정 주도
늦깎이 국산 브랜드 제네시스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내로라하는 수입차 브랜드가 격전을 벌이는 고급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뤄낸 비결은 무엇일까?
제네시스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업계에선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 라인업,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 등의 노력을 꼽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있었다.
제네시스는 정 회장이 부회장으로 일하던 시절 직접 론칭시킨 브랜드다. 2015년 11월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까지 제네시스의 탄생 전 과정을 주도했다.
제네시스 출범식에서는 2009년 9월 6세대 YF 쏘나타 출시 행사 이후 6년 만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부터 마무리 발언까지 책임질 정도였다.
당시 정 부회장은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많은 경쟁자가 있지만 우리가 새롭게 도전하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 있다"며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수반한다는 걸 알지만 서두르지 않고 고급 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당시 업계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하던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는 건 무리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패가 향후 정의선 부회장의 평판을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도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989년 출범한 렉서스가 연 판매 20만대를 넘기까지 11년이나 걸린 것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오랜 노력의 결과물···정의선 '디자인 경영'으로 더 높이 도약
제네시스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상 20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시절이던 2004년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한 이후 2008년 1세대 제네시스를 출시하고, 2015년 브랜드 출범에 이르기까지 10년 넘게 브랜드 정착을 위해 담금질했다.
당초 제네시스는 2008년 론칭을 목표로, 이미 2006년 국내와 북미에서 고급 차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고, 외부 전문 컨설팅 업체를 통한 시장조사와 수익성 분석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하지만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출시와 동시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동차 시장은 크게 위축됐고 브랜드 론칭도 미뤄졌다. 여러 부침에도 1세대 제네시스가 예상 밖 선전을 거두자 현대차는 고급 차에 요구되는 성능과 품질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3년 11월 출시된 제네시스 2세대 모델 개발 과정에서 정의선 당시 부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주행시험장과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수시로 오가며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당시 그는 "유럽의 향기가 담긴 차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으로 고급 브랜드로서 기틀을 닦은 제네시스는 아들 정의선 회장의 디자인 경영이 더해지면서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정 회장은 후발주자였던 제네시스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위주의 기존 디자인에서 탈피해 디자인적 관점에서 설계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특히 브랜드 출범 직전에는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을 이끌던 알버트 비어만,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등 유럽에서 활약하던 거물급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그 결과가 바로 '디자인 깡패'라 불리는 3세대 G80, GV80이다.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인 전면부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도 모두 이들의 작품이다. 남다른 디자인 철학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제네시스는 정 회장의 주도로 또 다른 고급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출범 초기 내세웠던 '가성비' 프리미엄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고급차 시장에서 헤리티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 제네시스만의 럭셔리한 경험과 서비스로 '제네시스만의 차이'를 전달하기 위해 브랜드 경험 공간을 전 세계 곳곳에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제네시스는 출범 이후 고객을 위해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고, 그 여정 속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했다"며 "세상에 없던 제네시스만의 특별한 럭셔리 경험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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