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일섭 회장과 고 허영섭 전 회장 자녀들 경영 전면에허 회장 장남 경영 수업 참여···후계 경쟁 가능성 잠재재단과 형제 지분 캐스팅보드···"3세 시대에도 상생경영"
반면 고 허 전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GC녹십자대표에게 무난히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허 회장 일가와 고 허 전 회장 일가 자녀들이 각각 전통 제약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나눠 맡고 있어 지금과 같은 형태로 3세 시대에도 상생 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그룹의 지주사는 녹십자홀딩스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상장사 5개, 비상장사 40개 등 총 45개 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위치해있다.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허일섭 회장으로 12.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 외 특수관계인 25명이 35.47%를, 목암생명과학연구소(8.73%)과 미래나눔재단(4.38%), 목암과학장학재단(2.1%) 등 재단이 15.21%를 갖고 있다.
허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의 지배 지분은 총 50.68%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은 단단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 회장과 창업주 고 허 전 회장 일가의 지분 싸움이 치열하다.
녹십자의 숨은 리스크, 오너 일가 간 '소리 없는 지분 싸움'
녹십자는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에 의해 탄생했다. 허 창업주가 경영난에 빠진 수도미생물약품의 대주주로 참여해 1971년 사명을 녹십자로 바꾼 것이 시작이다.
이후 허 창업주의 차남인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이 회사를 맡아 사세를 불린 것이 지금의 녹십자를 이끌었단 평을 받으며 실질적인 창업주로 꼽힌다.
녹십자는 1978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공개기업으로 전환했고, 2001년 현재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녹십자 오너 일가 간 지분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허 전 회장이 갑자기 사망한 것이 발단이다.
허 전 회장 타계 이후 녹십자의 경영권은 허 창업주의 막내 아들인 허일섭 회장이 이어 받으며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허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녹십자홀딩스 지분 12.37%는 유언장에 따라 회사 관련 재단과 부인, 차남(허은철 현 GC녹십자 대표), 3남(허용준 현 녹십자홀딩스 대표)이 각각 나눠 받았다.
허 회장 일가와 고 허 전 회장 일가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며 각자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실제 허 회장과 부인, 아들 둘과 딸의 지분은 2010년 10.64%에서 지난해 14.0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 허 전 회장 일가 지분 역시 2.83%에서 6.17%까지 늘었다.
업계는 이를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 간의 소리 없는 신경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녹십자는 허일섭 회장과 조카인 허은철, 허용준 대표가 큰 이견 없이 상생 경영을 해나가는 모습이나 향후 변수를 감안하면 경영권 다툼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재단과 형제들 지분이 '캐스팅보드'···3세 시대에도 '상생경영' 이룰까
허일섭 회장 일가와 고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 일가 간 경영권 다툼 가능성은 후계 경쟁에서 비롯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는 고 허 전 회장의 차남 허은철 사장과 3남 허용준 사장이 각각 핵심 계열사인 GC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를 맡아 3세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허 회장의 장남 허진성 씨도 녹십자홀딩스 전략기획부문 성장전략실장을 맡아 경영 수업을 받고 있으며, 차남 허진훈 씨는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꾸준히 모으고 있어 양측간 경쟁이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 경우 녹십자홀딩스 지분 총 15.21%를 보유하고 있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미래나눔재단, 목암과학장학재단이 허 회장 일가와 고 허 전 회장 일가의 승계 캐스팅보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C녹십자그룹의 주식은 허 회장 일가와 허 전 회장 일가에 집중돼있으나, 고 허채경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1남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일가, 3남 허동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일가, 4남 허남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 일가, 장녀 허미경 씨도 지분을 갖고 있다. 양가 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할 경우 이들의 보유 지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아직 허 회장의 장남 허 실장에게 허 회장이 지분을 승계하거나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을 논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허 실장은 1983년 생으로 1972년 생인 허은철 대표와 10살 가량 어린데다, 녹십자홀딩스는 지주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허 회장이 상호 협의 없이 경영권 승계를 타진할 경우 그룹 전체에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허은철, 허용준 대표가 경영 일선을 맡으며 핵심 계열사를 이끌고 있고, 허 실장은 바이오 등 신사업을 맡고 있어 현재의 숙부와 조카 간 상생 경영이 3세 시대에도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 간 갈등은 회사 경영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허 회장이 조카들과 경영권 다툼을 해가며 무리하게 장남에게 승계 작업을 진행하진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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