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칼에 5천억·정밀화학에 3천억·홈쇼핑에 1천억 조달레고랜드발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 대응이라고재무상황 보니, 작년부터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우발채무 일부도 곧 만기, 계열사들로부터 더 빌릴 수도
강원도 레고랜드 채권 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롯데건설은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일각에서는 또 다시 자금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3조원 넘는 상황이니 만큼 롯데건설이 앞으로 또 계열사로부터 차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한달 간 1조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 받았다. 먼저 지난달 18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을 조달 받았고 이어 같은 달 20일에는 롯데케미칼로부터 7000억원을 차입했다. 지난 8일에는 롯데정밀화학과 3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틀 뒤인 이날에는 롯데홈쇼핑서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롯데건설이 한 달 새 운영자금 명목으로 네 차례 자금을 수혈 받은 셈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레고랜드 사태로 건설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선제 대응에 나서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단기 부동산 PF 금융환경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고자 차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사태로 부동산 PF 신규 대출은 어려워진 상태다. 강원도는 지난 9월 강원 춘천시 중도동 레고랜드 테마파크 개발 시행자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당초 출자회사인 강원중도개발이 레고랜드 조성 자금을 조달하고자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섰는데, 신용도가 높은 지자체 보증 채무의 불이행이 가시화되자 채권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자 롯데건설이 미리 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단 롯데건설 재무상황을 보니 실적은 순조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롯데건설의 최근 사업·반기보고서 등을 보니 매출액은 2019년 5조3147억원, 2020년 5조979억원, 2021년 5조7011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55억원, 3570억원, 493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작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이에 대한 자금 규모는 3693억원이었으나 작년부터 마이너스 222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도 마이너스 1769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이전에 비해 절반 정도 줄어들었다. 2019년, 2020년만 해도 각각 8027억원, 9314억원이었으나 작년에는 이보다 절반 수준인 4305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분만 봐도 롯데건설이 지난 3년간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으나 내부적으로 현금 곳간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롯데건설에게 발 등에 떨어진 불은 PF 우발채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7000억원으로 이는 업계 최대 규모다. 문제는 이 중 약 3조1000억원이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한다는 점이다. 기간 별로는 10월 21~31일에 1조3573억원, 11월 말에 1조3970억원, 12월 말에 3472억원이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건설은 유동화증권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을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계열사로부터 빌린 1조원이라는 차입금 역시 아무래도 이에 쓰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롯데건설은 현재 은행권 등의 일반 대출, 담보 차입 등으로 1조원을 상회하는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아직 2조원 넘는 금액이 남아 있어 롯데건설이 앞으로도 계열사들에게 돈을 더 빌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롯데건설에게 돈을 빌려줄수록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부담이 늘고 있다. 이날(9일) 롯데정밀화학 주가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의 시가총액은 사흘간 1조4400억원 감소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비상장사인 롯데건설의 지분 43.7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의 지분 25.59%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롯데정밀화학도 이번에 롯데건설에게 현금을 지원해주면서 보유현금을 다 썼다.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9월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2976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롯데계열사들이 롯데건설 하나 도와주려다 단체로 등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유동화시장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라며 "롯데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하고 착공 및 분양 이전 단계가 커 지방 예정 사업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내에서 유동화증권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롯데건설 PF 우발채무 규모가 업계 최대치라지만 걱정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기평 관계자는 "지금처럼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추진되면 연내 만기 도래 예정인 유동화증권에 대한 대응은 대부분 가능할 것"이라며 "롯데건설 PF 우발채무가 큰 편이지만 전반적인 사업성은 양호한 만큼 크게 우려 수준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 롯데건설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장은 왠만해선 사업성이 보장된 곳이다. 특히 올해에는 서울 및 수도권에 주로 수주하면서 도시정비 최대 전성기를 기록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현재까지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4조2620억원을 기록했으며, 서울권에서 상반기 업계 1위를 기록한데 이어서 현재 기준 누적 수주액 2조3270억원을 기록해 업계 선두 자리를 견고히하고 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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