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업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단속권 부여 가능성에 반발"한방·다방 vs 직방·호갱노노" 업계 내 대결구도···'제2의 타다' 사태?프롭테크 업체 이합집산 가속화···업체간 교류 가속 긍정효과 분석도
한공협이 이달 들어 세(勢) 불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한공협은 지난 10월 20일 대의원 총회에서 공인중개사회원 가입수 2위 단체인 새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의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6일엔 부동산정보제공 업체 '다방'과 전략적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한공협의 법정단체화 추진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월 초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한공협을 공인중개업계를 대표하는 단일 '법정단체'로 인정하고, 공인중개사의 한공협 가입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한공협에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다.
직방 등 프롭테크 기업들은 한공협의 법정단체화에 반발하고 있다. 프롭테크 업체들이 연합한 '한국프롭테크포럼'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공협의 법정단체화 추진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직방과 우미건설, 호갱노노 등을 비롯한 344개의 프롭테크 기업이 가입한 프롭테크업계 최대단체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한공협이 법정단체가 되면 공인중개사들과 프롭테크 업체 간 거래를 차단할 것이라고 본다. 한공협이 단속권한을 이용해 공인중개사들의 매물을 재가공해 제공하는 프롭테크 업체의 영업행위를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하는 등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한공협은 단순 협회에 그치지 않고 '한방'이라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프롭테크업계의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런 한공협에 단속권을 부여하는 것은 독점권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업계 발전을 막는 '제2의 타다 사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공협은 한국프롭테크포럼의 반발에 맞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6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프롭테크업체들이 참여한 '부동산 중개 시장 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별도로 프롭테크업체 규합에 나섰다. 직방과 라이벌 관계인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 등이 한공협에 합세하는 모양새다.
한공협 관계자는 "법정단체 추진은 시장교란행위 예방으로 국민피해를 줄이자는 것이 목적이지 플랫폼 영업활동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면서 "중개업계와 프롭테크업체의 상생을 위한 부동산 중개시장 발전위원회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일부 프롭테크의 반발은 지나친 침소봉대(針小棒大)로 사안을 바라본 데서 기인한다"라고 했다.
프롭테크 업체 중엔 양측의 대결구도와 별도로 독자노선을 걷는 업체도 있다. 상업용부동산과 공유오피스 등 B2B(기업 간 상거래) 성격이 강한 업체들이 주를 이룬다. 오피스와 리테일, 물류센터 등을 주로 중개하는 '알스퀘어'나 가구인테리어 플랫폼 '어반베이스', 인테리어업체 중개플랫폼 '집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업역이 공인중개업과 관련이 없거나, 시장의 폐쇄성이 커 소수의 중개법인을 통해서만 거래를 하기 때문에 한공협의 법정화와 관련한 이해관계가 적다.
일각에선 한공협의 법정화 이슈로 인해 느슨했던 프롭테크업체 간 교류가 활발해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관계자는 "그간 직방 등 대부분의 프롭테크 업체는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이번 일로 업계 간 춘추전국식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교류를 바탕으로 AI 공유모델 개발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면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프롭테크는 부동산 자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프롭테크 업계는 누적 투자유치액이 2019년 6200억원 규모에서 2022년 10월 기준 5조 8569억원으로 커지는 등 빠르게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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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jim332@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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