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측 이사 후보 전원 선임안 가결정관변경 등 KCGI 주주제안은 통과 못해2019년부터 세 차례 표대결, 조 회장 압승
한진칼은 23일 오전 제9기 서울 중구 한진칼 본사에서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에는 의결권을 가진 주식 총수 6726만9123주 가운데 5871만1936주(87.23%)가 참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 주식 5%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조현아 제외) 18.87% ▲델타항공 13.21% ▲KCGI 17.41% ▲반도건설 17.02% ▲산업은행 10.58%으로 총 77%가 넘는다. 이에 따라 주총에 참가한 소액주주 주식수는 10%로 추산된다.
치열한 표대결이 벌어진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최대 인원수는 없다. 즉, 선임안이 가결되면 누구나 이사회 합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참석주주 과반수의 동의만 얻으면 되는 만큼,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
한진칼은 임기가 만료된 주인기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와 주순식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총 2인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표결 결과 찬성 60.6%, 반대 39.4%로 가결됐다. 반면 KCGI 측 사외이사 후보인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 명예교수 선임안은 찬성 25.02%, 반대 55.63%로 선임이 불발됐다. 서윤석 후보는 앞서 2020년 주총에서도 이사 후보로 나왔지만, 한 차례 부결된 바 있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한진칼이 추천한 류경표 사장의 단독 선임안이 상정됐다. KCGI는 사내이사 후보를 따로 추천하지 않았다. 류 사장의 선임안은 79.9%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경우 최방길·한재준 사외이사 선임안이 올랐다. 이들은 지난해 산은이 추천한 이사들인 만큼, 79%가 넘는 높은 찬성표를 얻었다.
KCGI가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의 안건 3개도 모두 부결됐다. 정관 변경안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만큼, 가결 기준이 높다. KCGI는 전자투표제 도입과 이사 자격 제한 등을 의안으로 상정했다. 하지만 안건 모두 50%대 찬성표를 받는데 그쳤고, 특별결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또다른 쟁점이던 이사보수 한도 승인의 건(일반결의) 역시 56.8%의 찬성율로 가결됐다.
이날 주총은 2년 만에 표대결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외부세력인 KCGI는 2018년 하반기부터 한진칼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2019년 3월 주총에서 첫 대결에 나섰다. 결과는 '완패'였다. KCGI는 2번째 대결을 앞두고 세력을 불렸다. 한진그룹 오너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과 '3자 주주연합'을 구성했고,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렸다. 하지만 KCGI는 2차전에서도 패배를 맛봤다.
특히 2020년 말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요주주로 등판하면서, KCGI는 분쟁 동력은 완전히 상실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는 단 한건의 주주제안도 하지 않았고, 주총이 끝난 직후에는 3자 연합도 와해됐다. 산은은 표면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조 회장 우군으로 분류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KCGI가 조만간 엑시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들의 만기가 올해 상반기 중 도래하고, 경영권 분쟁 이슈가 종식된 만큼 주가 부양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도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KCGI는 17%가 넘는 한진칼 물량을 곧바로 풀지 못했다. 막대한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 주가 급락 등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강성부 KCGI 대표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지분을 처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번 주총 역시 조 회장 측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상황인 만큼, 패배를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KCGI는 '단일 최대주주'로서 현 경영진을 견제하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 2년 만에 주주제안에 나섰다. 표대결에서는 졌지만, 이미 예상한 결과인 만큼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주총을 계기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완전히 소멸됐다고 분석한다. 산은이 '경영 감시자'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고,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도 역시 입증됐다는 의견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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