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 선제 대응5000억원대 회사채 발행까지 현금 확보 총력분기 3000억원대 스마트폰 적자 재차 지적도
하지만 LG전자는 당장의 거시적인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당분간은 인수합병(M&A) 업계를 비롯한 시장의 눈길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와 LG관계사들은 지난 7일부터 차례로 이사회를 열어 중국 베이징 LG트윈타워를 총 1조3707억원에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건물을 보유한 LG홀딩스 홍콩은 LG전자가 지분 49%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이어 LG화학(26%)과 LG상사(25)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나머지 지분을 쥐고 있다.
LG전자를 비롯한 이들 계열사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달 중 ‘리코 창안 유한회사’와 주식매매계약을 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4월 말까지 보유 지분 전량을 모두 넘길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LG전자는 6688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선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포함한 LG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4조원대 초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2018년에 이 금액이 4조27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자연스레 예측은 M&A로 이어졌다. 그러나 여기엔 LG전자가 선을 그은 분위기다. 이날 LG전자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미래 먹거리 투자도 고민을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분쟁 불씨가 여전하고 거시경제 환경이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중 공모 회사채 발행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이다. 회사채 차환을 위해 최대 5000억원대의 발행 규모를 놓고 저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지난해에도 수처리 관리 운영회사인 ‘하이엔텍’과 환경시설 설계 시공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해 1198억4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번 건물 처분 공시에서도 LG전자는 목적을 ‘선제적 유동성 및 미래 투자재원 확보’로 명시했다.
이런 과정을 종합하면 사실상 베이징 LG트윈타워 매각은 차세대 사업 투자에 앞선 ‘유동성 확보’에 방점이 찍힌 분위기다.
이 때문에 ‘아픈 손가락’인 스마트폰 담당 MC사업본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재차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서 3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19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벌였다. LG전자의 MC사업본부를 제외하면 영업가치가 18억원에 이른다는 호평도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에 베이징 LG트윈타워 매각으로 손에 쥐게 될 6000억원대의 현금도 MC사업본부의 2분기 영업손실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재계에서도 LG전자를 ‘가전·TV’ 진영과 ‘그 외’의 사업군으로 양분해서 보는 시각이 나왔다. 생활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TV 등을 제조하는 HE사업본부가 실적을 이끌지만 나머지 사업군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다만 이제는 바닥을 찍었다는 해석도 고개를 들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 스마트폰 실적은 지난해 저점을 찍었고 올해 출하량 반등이 예상된다”며 “5G 영향과 베트남 공장 이전을 포함해 ODM(제조자 개발생산) 생산 효과가 맞물려 올해 적자 폭 축소는 19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가 그룹의 사업 재편 기조에 따라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지만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확실한 반등이 없이는 여러 소문을 몰고 다닐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5G나 인공지능 시대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뺄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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