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창업자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 경제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대기업 창업자들부터 미래를 짊어진 스타트업 CEO까지를 고루 조망합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이 현직 기업인은 물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변 회장은 1989년 초 서울공대 제어계측공학과 대학원생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창업의 뜻을 모았고, 2월 휴맥스의 전신인 ㈜건인시스템을 창업했습니다.
‘포장마차 결의’라 부르기도 하는 당시 상황을 “장난처럼 일이 벌어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는데요. 변 회장과 의기투합했던 엔지니어들의 실력만큼은 장난스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사업성이 될 수는 없는 법.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내놓았지만 주목받지 못한 채 실패로 돌아왔고, 사업은 겨우 연명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실패의 길을 달리던 중 PC용 영상처리보드를 개발하면서 위기는 기회로 바뀌는데요. 고객들이 PC용 영상처리보드의 여러 기능 중 하나인 '영상 위에 자막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보인 것.
관심을 받은 그 기술은 당시 노래방 붐을 타고 노래방 영상에 가사를 띄우는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변 회장은 고객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 아닌 실용적인 기술을 원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업이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걸 만드는 것이구나.”
이때부터 변 회장은 앞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디지털 가전. 1994년에는 세계 최초로 CD 반주기를 출시했지요.
1995년부터는 디지털 셋톱박스 사업에 집중, 이듬해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자 세계에서는 3번째로 디지털 위성방송 셋톱박스를 만듭니다. 유럽 수출에도 성공하며 1분기 만에 수출액 3000만 달러를 달성했는데요.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기쁨은 잠시뿐이었습니다. 1997년 이탈리아, 남아공에 수출한 제품에 문제가 생겨 대규모 반품 사태가 벌어지고, 국내 거래처인 해태전자가 도산하는 등 악재가 몰려왔는데요.
“벤처기업들의 착각 중 하나가 자본은 없어도 기술은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문을 닫을 상황에 직면할 정도로 심각했던 그 위기는 변 회장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반품된 제품들을 수리하며 단점을 보완한 신제품을 개발하게 된 것.
신제품으로 위기를 극복한 뒤 회사는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건인시스템은 휴맥스로 이름을 바꾸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됩니다.
이후 디지털 케이블방송 셋톱박스, 디지털 지상파방송 셋톱박스 등을 세계 80개 이상 국가에 수출하다 마침내 2010년, 벤처 1세대 중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요.
변 회장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로 실패를 통해 배운 지식과 경험을 꼽습니다. 아무런 위기가 없었다면 성장도 없었을 것이라는 변 회장. 그가 성공을 꿈꾸는 이들에게 말합니다. 한 번쯤은 실패해도 괜찮다고.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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