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연합회 ‘서울시 일방적 행정’ 반대하며 보이콧 선언
처음으로 총감독 체제를 도입하고 변화된 모습을 예고한 서울패션위크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행사의 주체인 디자이너들이 올 10월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 10월 열리는 2016년 봄·여름 서울패션위크를 앞두고 주관사인 서울디자인재단(이하 재단)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디자이너연합회)가 충돌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는 지난 5월 처음으로 정구호 디자이너를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보다 전문화된 컬렉션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20일 열린 총감독 위촉식에서 정 총감독은 “해외 홍보 강화, 페어 전문화, 패션 아카이브 구축 등 세 가지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전문성을 강조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 총감독은 향후 2년 동안 서울패션위크의 기획 및 운영, 총괄을 담당한다.
논란은 재단이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한 서울패션위크 참가 패션브랜드 모집 요강에 대해 디자이너연합회가 반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디자이너연합회는 “이번 서울패션위크를 앞두고 어떤 협의나 제안 없이 시에서 일방적으로 참가기준 등 확정한 뒤 공지했다”고 주장했다.
디자이너연합회는 즉각 이사진을 소집해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었으며 26일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했거나 참가할 디자이너 회원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이사진을 포함한 중견 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를 포함해 총 44명이 참석했다고 디자이너연합회는 설명했다.
공청회 끝에 디자이너연합회는 행사 주체인 디자이너와 상의 없이 큰 변화를 시도한 서울패션위크에 대해 서울시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오는 10월 추계행사에 보이콧 하기로 결정했다. 30일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식 입장도 발표했다.
재단이 공지한 모집 요강 중 논란이 된 부분은 참가비와 참가 자격 부분이다. 재단은 지난 3월 행사 기준 400만원과 250만원이었던 참가비를 각각 1000만원과 700만원으로 인상했다. 참가자격도 ‘사업자 대표 또는 공동대표인 디자이너만 신청 가능하다’는 조항을 추가하고 오프라인 매장 확인을 위한 임대차 계약서 및 등기부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제출서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디자이너연합회는 “참가비 인상은 제너레이션넥스트(GN) 등의 관문을 거쳐 서울컬렉션 입성을 꿈꾸던 신인디자이너들을 포함한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겨진다”고 반발했다.
참가자격 역시 “패션디자이너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대에 역행하는 기준”이라며 “얼마전 DDP에서 열린 샤넬 패션쇼의 디자이너도 칼 라거펠트였듯이 수많은 패션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디자인과 경영분리의 모델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패션위크의 질적 성장을 위한 변화라며 오해에 대해 해명하는 공개 답변을 디자이너들의 개별 메일로 전달했다. 참가비 인상의 경우 “서울시 출연금이 줄어든 반면 홍보·바이어·시설 등 요구 수준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참가비만으로는 서울패션위크를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라며 “인상된 참가비는 글로벌 패션위크 수준 대비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또 참가자격 변경은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는 디자이너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에 소속된 디자이너의 참여를 제한하고자 한 것”이라며 “자가 매장 보유 필수 부분도 바이어와의 수준 높은 상담을 위해서는 쇼룸이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또는 쇼 의상 제작만을 하는 업체의 참여를 제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지된 참가 모집 마감이 내일(7월 1일)이기 때문에 불과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2016년 봄·여름 서울패션위크 진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다만 디자이너연합회가 여러 논란보다도 서울시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시와 재단과의 대화를 최우선 사항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대화를 시작하면 갈등이 쉽게 봉합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재단과 디자이너연합회가 소통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양측이 모두 국내 패션산업의 글로벌화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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