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으로 이주 지연 심각서울 주택 공급 차질 불가피정부 대출 기준 변화의 한계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1년, 대출 규제의 부담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도 쌓이고 있다.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철거를 앞둔 사업장들이 조합원 이주비를 마련하지 못해 '이주' 단계에서 발이 묶였다.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의 상당 부분을 정비사업이 맡고 있는 만큼, 이주 지연이 수년 뒤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를 앞둔 정비사업 구역 43곳 가운데 39곳이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계획 가구수로는 약 3만1000가구 규모다. 재개발·재건축이 24곳(약 2만6000가구), 모아주택 등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이 15곳(약 4000가구)이다. 규제를 피한 곳은 시행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3곳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주비 융자를 승인받은 1곳뿐이다.
문제는 6·27 가계부채 대책과 10·15 대책의 대출 규제가 이주비 대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데 있다. 6·27 대책으로 이주비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묶인 데 이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강북 등 대부분 지역의 LTV가 70%에서 40%로 낮아졌다. 다주택 조합원은 LTV 0%가 적용돼 기본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와 관리처분인가 이후 재개발 구역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돼 집을 팔고 나가기도 어렵다.
실제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 구역은 4개 조합 조합원 811명 가운데 515명이 1주택자로 LTV 40%를, 296명이 2주택 이상 보유자로 LTV 0%를 적용받는다. 규제 이전에는 LTV 60% 수준의 이주비 대출을 기대했지만 한도가 크게 줄면서 부족분을 시공사 보증으로 메워야 하는 규모가 커졌다. 이마저도 시공사가 신용도 하락 우려를 이유로 지급보증이 어렵다는 입장을 조합에 통보하면서 사업에 난항을 겪었다. 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속도를 내던 이 일대는 이주비 문제로 사업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보증을 받아 추가 이주비를 마련하더라도 금리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 기본 이주비 대출 금리가 우량 사업장에서도 연 4%대로 올라선 가운데, 대형 건설사 신용공여로 조달하는 추가 이주비 금리는 연 6~8% 수준이다. 추가 이주비 3억원을 연 7%에 빌리면 이자만 한 해 2100만원, 공사 기간을 감안해 4년이면 8400만원에 이른다.
자금 조달 여건은 사업장 규모와 시공사에 따라 갈렸다. 서울시가 올해 초 조달 차질을 겪는 35개 구역을 분석한 결과 추가 이주비 조달이 가능한 곳은 8곳에 그쳤다. 23곳은 불확실, 4곳은 조달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한남 등 대형 사업장에서는 대형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며 LTV 100%를 넘는 추가 이주비까지 확보하는 반면, 중소규모 사업장은 기본 이주비보다 3~4%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추가 이주비 금리가 시공사 신용등급에 따라 크게 달라지면서 정비사업 수주가 대형 건설사로 쏠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비 조달난이 이어지자 정부도 일부 보완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8월 31일부터 이주비 대출 담보가치를 산정할 때 기존 주택의 종전자산평가액과 신축 주택의 종후자산평가액 중 큰 금액을 적용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도 3% 수준으로 높여 늘어난 대출 여력을 이주비 등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다만 LTV 40%와 6억원 한도는 유지했다. 이주비가 부족한 조합원을 위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상품은 내년에 신설될 예정이다.
다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종전자산평가액이 8억5000만원인 조합원의 기존 한도는 3억4000만원이다. 조합원 분양가가 9억원이라면 한도는 3억6000만원으로 20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분리해 LTV 70%를 적용해 달라고 정부에 거듭 건의해 왔다.
규제가 이어질 경우 영향은 내년까지 확대된다. 서울시는 올해 이주 예정 구역 약 40곳에 내년 이주 예정인 26개 구역까지 더하면 5만6000가구가 넘는 주택 공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주비를 일반 가계대출과 구분해 관리하지 않으면 사업 지연이 공급 공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정비사업 이주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고, 다주택 조합원 입장에서도 불합리하다"며 "정비사업은 기존 주택을 허물고 새로 짓는 기간 동안 조합원이 집을 비워야 하는 가운데, 대부분 가급적 살던 곳 인근으로 옮기려 하는 상황에서 이주비 한도까지 6억원으로 묶으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차주별 상환 여력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식 자체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시공사 보증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올 수 있어 무조건 이주가 막힌다고 볼 필요는 없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절차를 번거롭게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또 "추가 이주비 금리는 누가 보증을 서고 어디서 조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일반 금융기관보다 다소 높게 나오는 것도 맞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에도 대출 한도 때문에 그러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이주비를 일반 주담대와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면 이주가 늦어지고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며 "종전자산평가액이 아닌 종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LTV를 적용하는 방안도 한도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를 해야 착공을 할 수 있는 만큼 이주비는 예외적으로 봐야 한다는 서울시 주장이 맞다"고 덧붙였다.
이주 지연의 영향에 대해서는 "조합원이 나가야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나갈 때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고, 1년이 걸릴 수도 2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결국 서울 입주 물량 공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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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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