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예산 투입을 예고했지만 정작 사업에 참여할 기업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글로벌 최상위 AI 모델 개발을 목표로 내걸고 내년 프론티어 AI 사업에 4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 선정 기준과 지원 방식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기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을 프론티어 AI 모델 개발과 산업 현장 확산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세계적인 수준의 AI 모델을 확보하는 동시에 개발 성과가 실제 산업에서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AI 주도권 경쟁이 모델 성능을 넘어 산업 적용과 수익 창출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과 현장 확산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방향을 뒷받침할 사업 설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역량을 갖춘 기업을 선정할지, 정부가 연구개발비와 인프라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성과를 무엇으로 평가할지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기존 독파모 참여 기업에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 사업의 목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참여 여부를 판단하고 개발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정보는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가 독파모와 프론티어 AI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급변하는 글로벌 AI 경쟁 환경이 있다. 독파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과 사업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해외 기업들의 모델 개발 속도까지 당초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기존 지원 체계만으로는 최상위 모델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경과 문제의식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답답함이 남는다. 독파모 사업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어떻게 보완하고 정책에 반영할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의 목표와 예산부터 제시됐기 때문이다. 사업의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 기존 정책의 한계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프론티어 AI가 독파모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이어받을지,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지원·평가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를 먼저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4조7000억원이라는 규모는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불확실성의 크기를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대규모 예산이 실제 개발 역량 강화로 이어지려면 기업들이 지원 조건과 사업 일정을 예측하고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세부 방안 마련이 늦어질수록 기업은 인력 확보와 연산 자원 배분, 모델 개발 전략을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글로벌 AI 경쟁의 속도는 정부의 사업 계획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추격을 선언한 정부가 실행 방안 마련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하루가 다르게 AI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간표만 지나치게 느긋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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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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