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의 아시아 유입 확대될 것으로 전망명확한 데이터·자산 요구···투자 대상 선별 예고다른 기술 기업도 경쟁 가능···구도 분석 중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바이오기업에 차별화된 과학적 근거와 글로벌 경쟁구도를 반영한 개발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바이오기업이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면서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전략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에서는 '투자에서 성장으로: 바이오헬스 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에는 알버트 렌(Albert Ren) 화이자 부사장과 킴핑(Kim Png)노보홀딩스 파트너, 주은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 김현종 IMM인베스트먼트 수석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향후 바이오헬스 투자자금의 아시아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심이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자금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바이오헬스 분야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자금 증가가 투자 문턱을 낮추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투자기관과 글로벌 제약사가 명확한 데이터와 검증된 자산을 요구하면서 투자 대상은 오히려 더욱 선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종 IMM인베스트먼트 수석부장은 "향후 바이오헬스 분야, 특히 아시아와 한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자금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지 더욱 선별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판단에서는 기술의 혁신성뿐 아니라 해당 기술을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지와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함께 고려된다. 개발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의료진과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지, 보험자나 정부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의미다.
초기 기업일수록 창업자와 경영진의 역량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제시됐다. 후보물질 하나를 도입하는 사업개발·라이선싱 거래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중요하지만 기업에 장기간 투자할 때는 사업 방향이 바뀌거나 연구개발이 실패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인지가 투자 판단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알버트 렌 화이자 부사장은 "기업에 투자할 때는 회사와 주요 경영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사한다"며 "기업 투자에서는 프로그램보다 사람이 더 중요할 수 있지만 사업개발 거래에서는 반대로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한국 바이오기업의 강점으로는 과학적 역량과 개발 실행력이 꼽혔다. 반면 자사 기술이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개발계획에 반영하는 능력은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지목됐다.
같은 표적이나 모달리티를 개발하는 기업만 경쟁자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동일한 작용기전을 구현하거나 같은 환자군을 겨냥한다면 향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킴 노보홀딩스 파트너는 "한국 기업에서 흥미로운 기술을 다수 확인했지만 기술이 글로벌 개발 경쟁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모달리티를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같은 작용기전을 구현하는 다른 기술까지 경쟁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특허와 데이터 확보도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제시됐다. 주은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다른 후보물질을 검토하던 중 더 앞선 특허를 보유한 국내 포트폴리오 기업에 관심을 보인 사례를 소개하며 글로벌 경쟁사보다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사 및 투자자와 조기에 접촉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파트너와 일찍 교류하면 후보물질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어떤 실험과 데이터가 필요한지 조언을 받고 이를 개발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수석팀장은 "글로벌 제약사나 벤처캐피털과 조기에 교류하면 위험을 낮추는 데 필요한 실험과 데이터가 무엇인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며 "외부 자문을 활용해 개발계획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 규모를 지나치게 넓게 잡는 국내 기업의 관행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전체 환자 수를 강조하기보다 개발 중인 치료제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군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의 치료 과정과 미충족 수요는 물론 제품 출시가 예상되는 5~10년 뒤 치료 지침과 경쟁 환경의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수석부장은 "한국 기업들은 때때로 시장 규모를 과대평가한다"며 "큰 시장과 많은 환자를 제시하는 것보다 실제로 해당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환자군을 좁혀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경쟁이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이 추구해야 할 연구개발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국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속도와 비용, 개발 효율성으로 맞붙기보다 새로운 생물학적 기전에 기반한 차별화된 후보물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수석부장은 "중국이 비용과 속도, 효율성 측면에서 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같은 요소로 정면 경쟁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며 "다소 개선된 베스트인클래스 전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글로벌 투자자들도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기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새로운 과학일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탄탄한 데이터와 개발 경험, 정교한 임상시험 설계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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