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소매여신 심사망 재개발···이환주號 '내실 영토 확장' 본격화AI·대안데이터로 타행 우량차주 핀셋 발굴···‘건전성·포용금융’ 다 잡는다
KB국민은행이 AI와 대안데이터를 무기로 개인 대출 심사 전략 체계를 5년 만에 전면 재설계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소매여신 전략모델 고도화’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시스템 전면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전략모델을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것은 지난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2021년 전략모델 구축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 대출비교 및 대출갈아타기 플랫폼 등장, 활용 가능 데이터 확대 및 분석기술 발전 등 금융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며 “변화된 고객 특성과 금융환경을 신용평가에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고객별 상환능력과 신용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기 위해 소매여신 전략모델의 전면적인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최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의 변별력과 최신성을 높이고,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편은 올해 초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이 제시한 경영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 "더이상 '리테일 금융의 강자'라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말고 절박함과 신중함 속에서 새로운 고객과 시장으로 금융영토를 내실 있게 확장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통적인 금융거래 이력 중심의 형가 방심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마이데이터를 비롯해 부동산, 연금, 생활패턴 등 다각적인 대안정보와 AI 머신러닝(ML) 기술을 결합해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 능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심사 엔진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에 운용 중이던 ▲타행 주거래 모델 발굴 ▲대안정보 신용평가 ▲한도소진율 예측 ▲정밀심사 전략 ▲사기대출 방지 등 5개 핵심 전략모델을 최신 알고리즘으로 전면 재개발한다. 여기에 차주의 성향과 우량성을 세분화해 정밀하게 가려내는 ‘우수 거래지수 모델’ 영역을 신규 개발해 총 6개 영역의 전략 심사 엔진을 고도화한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와 가계부채 관리 기조 속에서 대출의 '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무작정 대출 총량을 늘리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부실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우량 차주에게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구축되는 '우수 거래지수 모델'과 재개발되는 '타행 주거래고객 발굴 모델'이 대표적이다. 자사 거래 실적이 우수한 알짜 고객이나, 거래가 없더라도 외부 대안정보를 분석해 타행의 우량 고객을 정밀하게 식별해 냄으로써 리테일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여신 마케팅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KB국민은행의 행보를 가계대출 정체기 속 시중은행 여신 전략의 중대한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계부채 총량 규제와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상승 압박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전체 대출 파이를 늘리는 '양적 경쟁'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격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45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신한은행이 KB국민은행(2조2254억원)을 제치고 순위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KB국민은행은 뛰어난 수익성을 바탕으로 신한은행의 턱밑까지 맹추격하고 있다. 오히려 순이자마진(NIM)과 건전성 측면에서는 신한은행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NIM은 상반기 누적 기준 신한은행 1.60%, KB국민은행 1.76%로 0.16%p 차이가 난다. 건전성 지표에서도 6월 말 기준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0.34%,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1%로 KB국민은행(연체율 0.27%, NPL 0.28%)보다 높다.
KB국민은행의 하반기 과제는 명확해졌다. 비록 리딩뱅크 자리는 내줬지만, 수익성 지표보다는 일회성 비용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만큼 무작정 대출 외형을 늘려 부실 위험을 키우는 방식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우수한 수익성·건전성'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AI·대안데이터 기반의 정밀 심사망을 구축해 숨은 우량 차주를 핀셋으로 가려내는 '질적 영토 확장'으로 리딩뱅크 재탈환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번 심사망 재편은 상업적 목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안정보 신용평가 모델과 정밀심사 모델을 고도화함으로써 기존 심사 기준에서는 대출이 거절(Cut-Off)되던 청년·주부·프리랜서 등 금융이력 부족자(씬파일러) 중 상환 능력이 입증된 차주를 대출 승인권으로 대거 구제할 전망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강조해 온 ‘대안정보를 활용한 포용금융 확대’ 기조에 부합하는 행보다. 단순히 대출 문을 닫거나 한도를 줄이는 수동적 리스크 관리를 넘어 대안데이터로 취약차주를 구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대안정보를 기반으로 고객별 상환능력과 신용위험을 보다 세밀하게 평가해 고객의 위험 수준에 맞는 여신한도와 조건 등을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용금융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고객의 경우 기존 금융정보만으로는 상환능력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대안정보를 활용하여 실제 상환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리딩뱅크 자리를 KB국민은행 입장에서 하반기 반격의 열쇠는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알짜 차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대안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심사망 고도화는 리테일 금융의 건전성 방어와 영토 확장, 포용금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포석"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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