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쇳물 뽑아 車 만들고 로봇까지···정의선, 美에 승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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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물 뽑아 車 만들고 로봇까지···정의선, 美에 승부 걸었다

등록 2026.09.07 14:26

황예인

  기자

美 일관제철소 첫 삽···수직계열화 '가시권'생산 효율 높이고 관세 부담 최소화 전망

미국 루지애나 제철소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Troy Carter)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William Kimmitt)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제철미국 루지애나 제철소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Jeff Landry)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Troy Carter)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William Kimmitt)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사진=현대제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쇳물을 뽑아 자동차·로봇까지 잇는 '현지 완결형' 생산 지도를 완성한다. 관세와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공급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완성차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현지 전략을 통한 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 현대제철은 지난 4일 미국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이는 지난해 3월 정의선 회장이 발표한 260억달러(약 35조원) 대미 투자 계획 중 첫 번째 사업이다. 총 투자 금액 58억달러(약 8조원)로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HPLS는 원료부터 제품까지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일관(一貫) 공정 시스템을 갖춘 제철소다. HPLS에서 뽑은 철강을 향후 미국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곳에서 생산한 철강을 아틀라스에 적용하는 한편 스페이스X 등 글로벌 로켓 기업에도 공급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공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기공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일관 제철소가 완성되면 그룹은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인지 약 40년 만에 소재부터 완성차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그간 핵심 소재인 자동차 강판을 외부 조달이나 수입에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현지에서 쇳물을 뽑아 바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국에서 소재·부품·배터리·완성차·물류까지 전 과정의 밸류체인을 촘촘하게 연결한 사례는 드물다. 특히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엔진, 변속기, 전자 장비 등 핵심 부품을 전문 부품사에서 공급받아 조립하는 방식이다. 포드와 GM 등 주요 글로벌 기업도 전기차 등 핵심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비교하면 그 범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그룹의 미국 투자는 정의선 회장이 그려온 미래 성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그는 미국을 그룹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규정하고,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에서 현지 투자를 지속 확대해 왔다. 차세대 모빌리티와 우주항공 분야까지 공급망을 확장해 미국을 그룹의 성장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면서 그룹의 현지화 전략도 한층 강화됐다. 철강 50%와 완성차 15% 등 미국의 고율 관세로 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현지 생산·조달을 통한 대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그룹은 미국 밸류체인 구축으로 관세 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현지 고객사에 대한 공급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에 발맞춰 미국 시장 공략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2028년까지 최대 80만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이곳에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HEV) 등 전동화 라인업도 대폭 확대한다. 선제적인 현지 투자와 HEV 중심의 제품 다변화로 판매 실적을 높이고,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그룹도 기존의 성장 공식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였다. 경쟁에서 장기간 뒤처질 경우, 시장 주도권을 잃고 도태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화를 중심으로 한 정의선 회장의 경영 전략이 그룹의 다음 도약을 이끌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구축은 미국 관세 허들을 완벽하게 피하고, 비용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라며 "관세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에서도 자유롭게 돼 장기적인 투자, 마케팅 전략과 함께 자동차 가격 정책을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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