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코인, 행동은 주식"···모순된 '재테크'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 사업으로 얻은 막대한 수익을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 자산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윤리위원회에 제출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재정 공개 자료에 따르면 그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과 트럼프 밈 코인을 포함한 가족 소유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통해 14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지난 2년간 트럼프 대통령 자산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암호화폐 자금 유입으로 주식과 채권 보유액이 최소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전통 금융 자산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2억2500만~6억8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2025년 말에는 7억300만~26억달러에 달했다.
로이터의 분석을 검토한 디지털자산 전문가 9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을 개인 재산의 주요 보유 수단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밈 코인과 월드 리버티 외에도 아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투자한 상장 암호화폐 기업의 주식을 매입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가상자산 업계와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재산 공개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주도하고 스테이블코인 확대를 지지하는 등 대표적인 '친(親) 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개인 자산 관리 전략은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대신, 안정적인 배당과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 의존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낸 티모시 마사드는 "대통령은 가상자산이 금융의 미래라며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외치지만, 그의 개인적인 자산 전략은 가상자산(월드 리버티 토큰이나 밈코인 등)을 팔아 빠르게 현금을 챙긴 뒤 그 이익을 전통 주식과 채권에 묻어두는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발행한 디지털 토큰을 여전히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가상자산 투자 규모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 리버티의 가상자산 거버넌스 토큰 157억5000만 개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5000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는 회사 경영에 참여한 대가로 이 토큰들을 지급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및 트럼프 밈코인 프로젝트 지분을 관리하는 트럼프 계열사들은 2025년 말 기준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최소 1억6000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으며, 기타 토큰도 최대 600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던 이더리움 토큰 규모(100만~500만 달러)보다 대폭 증가한 수치다.
논란이 일자 백악관과 트럼프 재단 측은 즉각 방어에 나섰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전적으로 독립된 제3의 금융 기관이 관리하는 위탁 계좌를 통해 운용되고 있어 대통령이 직접 매매를 지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그룹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재산 공개 내역이 "트럼프 그룹이 세계적 수준의 가치 있는 자산, 상당한 유동성, 보수적인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탄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암호화폐 수익금을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 자산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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