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탈(脫)호남 내몰린 지역 건설사···생존 해법은 '수도권'

부동산 건설사 NW리포트

탈(脫)호남 내몰린 지역 건설사···생존 해법은 '수도권'

등록 2026.07.14 16:38

박상훈

  기자

인구 감소와 지방 미분양 장기화 직격탄중견사는 서울로···중소건설사 법정관리반도체 클러스터 개발로 경기 회복 기대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광주·전남 주택시장이 미분양 적체와 인구 감소 여파로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호남 건설사들의 사업 전략도 급변하고 있다. 중흥·호반 등은 핵심 조직과 사업 역량을 서울·수도권으로 옮기며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와 광주·전남 행정통합 등 대형 개발 호재로 시장 심리가 일부 살아나고 있지만, 구조적인 수요 회복 없이는 지역 건설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장기화한 지방 주택시장 침체로 호남 건설사들의 수도권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미분양 누적으로 지방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서울·수도권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5월 말 기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분양 주택은 1259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준공 전 미분양은 550가구,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물량은 709가구로 집계됐다.

광주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5월 1298가구에서 11월 1444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6개월 연속 감소하며 올해 5월 1259가구까지 줄었다. 다만 감소세에도 여전히 1200가구를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1년간 높은 미분양 물량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방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호남 건설사들은 핵심 조직과 사업 역량을 서울·수도권으로 옮기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호남 건설사인 중흥그룹은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서울사무소를 열고 수도권 공략을 본격화했다. 광주 본사에서 근무하던 영업·기획·수주·개발 등 핵심 부서 임직원 120여명이 서울로 자리를 옮겼으며, 당산역 인근 지식산업센터 2개 층을 새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광주 본사에는 대관 업무와 고객 서비스(CS) 등을 담당하는 최소 인력만 남겼다.

실적 부진도 수도권 공략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중흥토건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9조6834억원으로 전년보다 18.8% 감소했고, 61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흥그룹은 서울 도시정비사업과 자체 개발사업을 확대해 수익성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아파트 브랜드 '중흥S-클래스'의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꼽힌다. 서울 정비사업은 브랜드 선호도가 조합원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향후 사업 확대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분양 예정인 '월계 중흥S-클래스 리비에르'는 서울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꼽힌다.

호반건설도 지난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서울사업소를 개설하고 도시정비사업 조직을 강화하는 등 수도권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후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잇단 법정관리···지역 중견 건설사 생존 위기 현실화


수도권으로 활로를 넓히기 어려운 지역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위기도 현실화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지방 미분양 장기화,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맞물리면서 광주·전남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지역 건설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11위인 삼일건설은 올해 1월 광주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법원은 채무 변제와 자산 처분, 강제집행 등을 일시 중단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유탑그룹도 장기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시공능력평가 97위인 유탑건설과 유탑엔지니어링, 유탑디앤씨 등 주력 계열사 3곳은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4월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며 회생절차를 폐지했지만, 유탑그룹은 광주회생법원에 회생을 재신청해 최근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한 뒤 회생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영무토건은 지난해 5월 부채 790억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광주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자체 브랜드 '영무예다음'을 앞세워 전국 분양사업을 확대했지만, 공사비 상승과 지방 미분양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여파는 계열사로도 번졌다. 영무토건의 자회사인 홍진건설은 모기업의 회생절차 개시 이후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했고, 지난달 광주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군 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군 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클러스터·행정통합 호재···시장 분위기 반전 기대

최근 들어 지역 부동산 시장에는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광주·전남 행정통합 등 대형 호재가 잇따르면서 침체됐던 시장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광주의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94.4로 전월보다 20.8포인트 상승했고, 전남도 80.0으로 16.4포인트 올랐다. 아파트 분양전망지수 역시 광주는 32.6포인트, 전남은 20포인트 상승해 비수도권 가운데 가장 큰 개선폭을 기록했다.

광주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추진이 맞물리면서 광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인구 유입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동안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의 문의도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건설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아래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돕는 동시에 지방 건설 생태계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건설공제조합·전문건설공제조합·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력해 특별융자와 보증수수료 인하 등을 담은 금융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각각 3000억원 규모의 특별융자를 마련해 조합원당 최대 1억~5억원을 시중보다 낮은 연 2%대 후반~3%대 초반 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자금난을 겪는 지방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조치다.

또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매입 확대와 재개발 초기 사업비 융자 금리 인하(연 3.0%→2.2%), 지방 건설사 금융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분양 적체로 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장의 부담을 줄여 지역 건설사의 연쇄 부실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도 지방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지방우대 금융 활성화 방안'에 따라 지방 공급 비중을 2025년 40%에서 2028년 45%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며, 올해는 공급 비중을 41.7%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행정통합 등 대형 개발 호재로 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곧바로 건설경기 회복으로 연결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실제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이 인구 유입과 주택 수요 확대로 이어져야 시장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미분양 해소와 수도권 쏠림 완화는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지방 혁신도시 조성 사례처럼 계획 발표 이후 실제 주택 수요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번 사업 역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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