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수익성보단 현금창출력···석유화학 신용 평가 기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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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보단 현금창출력···석유화학 신용 평가 기준 달라졌다

등록 2026.07.03 16:23

김제영

  기자

LG화학·여천NCC, 신용등급 한 단계 강등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등급전망 하향구조적 업황 부진 장기화···현금 확보 초점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도 신용등급 하향 압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업황 반등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신용평가의 기준이 수익성에서 현금창출력과 재무건전성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잇달아 낮췄다. 상반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업황 회복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결과다.

대표 사례는 LG화학이다. 한국기업평가는 LG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구조적 수익성 약화와 배터리 소재 중심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이 반영됐다.

여천NCC는 더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는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앞서 한국신용평가 역시 동일 등급으로 하향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기초유분 부진이 장기화되며 영업적자와 차입 부담이 동시에 확대된 영향이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등급은 유지했지만 전망은 악화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금호석유화학은 A+ 등급은 유지했으나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문제는 실적과 신용도의 괴리다. 롯데케미칼은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금호석유화학도 상반기 기준 흑자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이를 구조적 회복이 아닌 일시적 반등으로 판단했다.

중동발 공급 차질과 저가 원재료 투입에 따른 래깅 효과, 선제적 재고 확보 수요가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실제 현금창출력 개선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현금은 남지 않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증가로 운전자본이 확대되며 차입금 상환 여력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신평사들의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한신평은 금호석유화학의 핵심 모니터링 지표(KMI)를 EBITDA 마진 중심에서 총차입금 대비 EBITDA, 순차입금 의존도 등 재무 부담 지표로 변경했다. 수익성보다 부채 대응 능력을 더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나신평 역시 순차입금 증가와 제한적인 상환 능력을 핵심 리스크로 지목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산업이 단기 실적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구조적 체력 평가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본다. 일시적 반등만으로는 신용도 회복이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 기조가 이어진 기업일수록 부담은 크다. LG화학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약 35조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도 10조원 이상 차입 부담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 통합과 여천NCC 재편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설비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CAPEX 관리에 들어갔다. 한화솔루션 역시 재무 정상화 이후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는 구조조정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황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설비 증설 경쟁보다는 재무 체력 강화가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운전자금 부담이 확대되면서 차입금 상환능력의 실질적인 회복은 제한적"이라며 "하반기 구조재편 진행 상황과 통합법인 운영 성과, 추가 재무부담 여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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