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80% 가까이 상승철강업체 현장선 후속 정책 요구저탄소 인증제 도입에도 비용 부담 여전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겠다던 K-스틸법이 전기료 해법 없이 출발했다. 전기로 확대에 따른 전력비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은 법안에서 빠졌다. 업계에서는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후속 대책 없이는 '반쪽 지원'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부터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K-스틸법)을 시행했다. K-스틸법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탄소규제 강화에 대응해 국내 철강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저탄소 철강 인증제, 저탄소 철강 특구 조성, 재생철자원 산업 육성, 사업재편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법의 방향과 현장의 부담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저탄소 철강 생산과 고부가 제품 전환을 위한 정책 틀은 생겼지만, 전기로 확대에 따른 전력비 부담을 낮출 장치는 빠졌다.
철강업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이다. 고로는 석탄과 철광석을 기반으로 쇳물을 만들지만, 전기로는 철스크랩 등을 녹이는 과정에서 대규모 전력을 사용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로 비중을 높일수록 전력 사용량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은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철강사의 원가 부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철강사의 전기료 부담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kWh당 105.48원에서 2026년 1월 190.09원으로 약 80% 상승했다. 2024년 4분기 이후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철강사 입장에서는 이미 오른 요금 수준 자체가 부담이다.
특히 전기로를 운영하는 철강사는 전기료가 생산원가에 직접 반영된다. 동국제강의 전기료는 2025년 기준 2960억원으로 3000억원에 육박했고, 현대제철도 연간 전기료 부담이 약 1조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전기로 확대를 유도하면서도 전기요금 지원을 제외한 K-스틸법이 현장에서 한계로 지적되는 이유다.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시간대별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했지만 철강업계가 체감하는 효과도 제한적이다.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고 저녁·밤 시간대 요금을 올리는 방식이지만 철강 설비는 24시간 연속 가동된다. 생산 시간을 전기요금이 싼 구간으로 옮기기 어려운 만큼 평균 전기료 인하 효과는 크지 않다. 정부 대책이 철강업의 공정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뒤늦게 보완 입법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저탄소 철강 생산 공정에 한해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K-스틸법만으로 전력비 부담을 낮추기 어렵다는 점을 정치권도 인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감면이 어렵다면 저탄소 철강 생산 공정에 한정한 조건부 지원이나 전력비 경감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이 저탄소 전환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전기로 확대에 따른 전력비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 감면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면 저탄소 설비 투자나 녹색철강 생산 실적과 연계한 조건부 전력비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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