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광모의 '막내 생활'···삼겹살 굽고 '소맥' 챙기며 AI 협력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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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의 '막내 생활'···삼겹살 굽고 '소맥' 챙기며 AI 협력 전면에

등록 2026.06.11 06:59

수정 2026.06.11 07:55

고지혜

  기자

젠슨 황과 삼겹살 회동서 보여준 파격적인 '소탈 리더십'피지컬 AI·전장 등 미래 먹거리 놓고 총수 직접 진두지휘은둔형 경영자에서 '공세적 현장형'으로···구광모의 변신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형님저요 고깃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삼겹살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구광모 LG그룹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형님저요 고깃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 '삼겹살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파격적인 변신이 관심이다. 재계 총수 중에서도 좀처럼 공식 석상이나 사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구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한 삼겹살집에서 직접 고기를 굽고, 소맥을 나누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LG가 미래 먹거리로 밀고 있는 피지컬 AI, 전장, 로봇, 냉난방공조(HVAC) 사업을 두고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걸린 자리였던 만큼, 이번 회동은 총수가 직접 나선 신사업 행보로도 읽힌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음식점에서 삼겹살 회동을 가졌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식사 자리에서 구 회장은 시종일관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재계 대선배들의 수저와 티슈를 직접 세팅하고 물잔을 채우는 등 잔심부름을 도맡았다. 형님들에게 맥주를 공손히 따르기도 했다.

직접 집게와 가위를 들고 삼겹살을 굽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다만 고기를 자르는 과정에서 살코기와 비계 부분을 따로 자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온라인에서는 "삼겹살을 직접 잘라본 적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다소 서툰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구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구 회장은 이날 자리했던 총수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였다. 2026년 기준 최 회장은 66세로 맏형이다. 황 CEO는 63세, 이 의장은 59세다. 구 회장은 48세로 최 회장보다 열여덟 살 어리다.

사실 구 회장의 서툰 모습은 자연스러운 장면에 가깝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 총수가 평소 회식 자리에서 직접 수저를 놓고 고기를 굽는 경험을 할 기회는 많지 않았을 터다. 실제 삼겹살집에서 구 회장은 기자들에게 "삼겹살은 자주 먹는데, 구워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고기 열심히 구웠다. 제가 열심히 많이 구웠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구광모 회장이 공개적인 석상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5대 그룹 총수 중에서도 유독 '얼굴 보기 힘든 인물'로 꼽혀왔다. 공식 석상에서도 외부 노출을 최소화해 왔고, 사적인 모습이 공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 구 회장의 모습을 젠슨 황 CEO가 자연스럽게 끌어냈고, 구 회장 역시 한 번에 서슴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의미가 작지 않다.

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 대표(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오른쪽)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 제공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광모 ㈜LG 대표(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오른쪽)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 제공

이 회동 이후 며칠 뒤 구 회장은 다시 얼굴을 드러냈다. LG와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을 젠슨 황 CEO와 구 회장이 직접 만나 발표한 것이다. 삼겹살집에 이어 공식 협력 발표 자리에서도 구 회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던 구 회장이 이처럼 직접 움직이는 이유는 이번 협력이 LG가 꼽아온 미래 먹거리와 모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LG는 최근 피지컬 AI, 전장, 냉난방공조(HVAC), 로봇 등을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는 LG전자와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 AI연구원 등 주요 계열사의 미래 성장 전략과도 연결된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의 신사업 진두지휘 행보가 이제부터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유수 기업 총수들이 LG를 찾아도 구 회장이 직접 나서기보다 전문경영인이나 사장단이 마중 나오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며 내실을 다지는 실용주의형 경영 스타일을 고수해 온 셈이다.

다만 이번에는 공식적이고 격식 있는 자리뿐 아니라 삼겹살집이라는 소탈한 자리에서도 모두 모습을 드러낸 만큼, 향후 구 회장의 대외 행보와 현장 진두지휘가 이전보다 훨씬 더 공세적이고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발표 당일 구 회장은 젠슨 황 CEO와의 추가 만남 가능성도 열어뒀다. 구 회장은 "시간이 부족해 세부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초청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의 소박하고 서툰 모습이 화제가 됐지만, 단순한 장면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LG가 전통적인 가전·화학 중심의 그룹 이미지를 넘어 AI, 전장, 로봇, 공조 등 미래 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에서 총수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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