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80% 현지화도 안 통했다"···독일 간 한화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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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현지화도 안 통했다"···독일 간 한화의 승부수

등록 2026.06.02 06:01

김제영

  기자

루마니아 IFV 사업 수주 실패 이후 전략 변화유럽 공략, 현지 생산서 통합 허브 구축으로 전환독일 거점으로 유럽 중심 방산 생태계 진입 시도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럽 방산 시장에서 현지화를 넘어 유럽 방산의 중심국인 독일을 거점으로 '공급망 편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가격 경쟁력과 높은 현지화율을 앞세우고도 독일 업체에 밀린 가운데, 단순 현지 생산만으로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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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럽 방산 시장에서 단순 현지 생산을 넘어 독일을 거점으로 한 공급망 편입 전략을 추진 중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에 밀려 수주에 실패하며 기존 전략에 한계를 체감

배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IFV 사업에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루마니아 사업에 AS21 레드백과 최대 80% 현지화율, 낮은 가격을 제시

독일 라인메탈은 낮은 현지화율에도 불구하고 최종 선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EU는 역내 방산 공급망 중심 조달 기조 강화

공급망 편입 전략

EU는 SAFE 등 방산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내 생산·조립·부품 조달 비중을 중시

비유럽권 업체에도 현지 생산 거점 및 공급망 편입이 필수로 부상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 베를린에 현지 법인 '한화디펜스 도이칠란트(HDD)' 설립, 라인메탈 출신 전문가 영입 등 현지화 강화

자세히 읽기

한화는 독일 정부에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L-SAM, 조기경보레이다 등 제안

유럽 전장 환경에 맞춘 현지화(Europeanisation) 방침 명시

독일 내 60개 이상 협력업체와 연간 1억유로 규모 조달 계약 유지

독일 동부 지역 생산 거점 구축 가능성 검토

루마니아, 폴란드 등에서도 현지 생산 및 JV 설립 추진

향후 전망

업계는 한화의 전략이 단순 판매에서 현지 생산, JV, 공급망 내부 진입으로 진화 중이라고 평가

유럽 방산 시장에서 공급망·산업 생태계 참여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

한화의 공급망 편입 전략이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33억 유로(약 5조8000억원)의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에서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의 KF41 링스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호주 IFV 사업에서 링스를 꺾었던 AS21 레드백을 내세웠다. 여기에 최대 80% 수준의 현지화율과 라인메탈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반면 라인메탈은 상대적으로 낮은 현지화율로 마찰을 빚었으나 최종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가격 경쟁력과 현지 생산만으로는 유럽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의 유럽 역내 방산 공급망 중심 조달 기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EU는 1500억유로 규모의 방산 금융 지원 프로그램 SAFE를 통해 공동 방산 조달을 지원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유럽 내 생산·조립·부품 조달 비중을 중시하고 있다. 비유럽권 업체들에도 현지 생산 거점 확보와 공급망 편입이 사실상 필수 요건이 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독일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 현지 법인 '한화디펜스 도이칠란트(HDD)'를 설립했다. 출범 직후 라인메탈 출신 전문가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고 현지 대관 인력도 확충했다.

독일은 유럽 방산의 중심지로 꼽힌다. 라인메탈을 비롯한 주요 방산기업과 관련 공급망이 밀집해 있으며 유럽 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영향력이 큰 국가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독일을 단순 진출국이 아닌 유럽 공급망 진입의 교두보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화의 독일 전략은 단순 판매를 넘어선 구상으로 비춰진다. 독일 연방의회에 제출한 정책 설명 자료에 따르면 한화는 독일 정부에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조기경보레이다(EWR) 등을 제안하고, 이를 유럽 전장 환경과 운용 요구에 맞게 현지화하는 '유럽화(Europeanisation)' 방침도 문서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생산과 연구개발(R&D)로 양국의 기술·인력을 결합하는 통합 허브 구축 방침도 제시했다. 한화는 현재 독일 내 60개 이상 협력업체와 연간 1억유로(약 1700억원) 규모의 조달 계약을 유지하고 있어, 이미 독일 방산 공급망 일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이다. 한화는 독일 동부 지역을 후보지로 삼아 생산 거점 구축 가능성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화는 루마니아에서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생산을 위한 유럽 생산 거점 'H-ACE 유럽' 착공에 들어갔으며, 폴란드에서는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천무 유도탄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유럽 전략이 단순 판매 확대가 아닌 전략 변화로 본다. 과거 국내에서 생산한 무기를 수출하는 방식에서 현지 생산과 합작법인(JV), 현지 인력 영입을 통한 현지화, 최근에는 유럽 방산 공급망 내부로 진입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과 납기 대응력이 중요했다면 최근 유럽 시장에서는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 참여 여부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넘어 공급망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이 향후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루마니아 IFV 사업 결과를 계기로 한화의 유럽 전략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단순 현지 생산을 넘어 유럽 공급망의 일원으로 합류하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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