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오너 3세 빠진 교보라플···교보생명 디지털보험 실험 '중대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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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빠진 교보라플···교보생명 디지털보험 실험 '중대 기로'

등록 2026.05.13 14:44

수정 2026.05.13 15:56

이진실

  기자

신중현 전 실장 이적, 조직 동력 약화 우려교보생명, 추가 지원 신중한 입장적자 지속에도 신사업·해외 진출 박차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교보생명의 디지털보험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오너 3세 이탈과 누적 적자 심화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중대 기로에 섰다. 출범 10년이 넘도록 수익성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디지털 전략을 주도하던 신중현 전 디지털전략실장까지 그룹 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면서 향후 사업 방향과 존속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중현 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은 지난 4월 SBI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SBI저축은행 경영전략본부 산하 시너지팀 팀장으로 교보생명과 SBI저축은행 간 협업 모델 발굴과 디지털·인공지능(AI) 기반 신사업 추진 업무를 맡고 있다.

신 전 실장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으로 지난 2020년 교보라이프플래닛에 합류해 디지털 전략을 총괄해왔다. 아시아 최대 인슈어테크 콘퍼런스인 'ICT Asia 2025'에 참석해 디지털 혁신 사례를 발표하는 등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디지털 실험을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업계에서는 오너 3세이자 디지털 전략을 주도하던 인물이 빠지면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내부 동력과 그룹 내 위상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교보생명이 추가 자금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생력 확보 요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201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디지털 생명보험사다. 교보생명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3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을 이어왔지만 디지털보험사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실적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실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신 전 실장이 합류한 2020년 이후에도 당기순손실 규모는 ▲2021년 159억원 ▲2022년 121억원 ▲2023년 214억원 ▲2024년 256억원 ▲2025년 201억원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수익성 지표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32.72%, 총자산수익률(ROA)은 -2.82%,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4.17%였다. 같은 기간 신계약률은 20.24%로 전년(26.1%) 대비 5.85%포인트 하락했다.

디지털보험사는 낮은 보험료와 간소화된 상품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최근 플랫폼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수익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교보생명도 당분간 추가적인 자금 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디지털 보험 마케팅 플랫폼 '라플레이(Laplay)'를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 사업 확장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는 "설계사가 개입하지 않는 디지털 보험의 핵심 경쟁력은 고객이 강요받지 않고 스스로 필요를 느껴 가입할 수 있는 자발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보험사에 교보라플만의 혁신적인 디지털 보험 메커니즘을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유망기업 투자를 위한 '교보 신기술투자조합 2호' 펀드를 결성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힘을 싣고 있다.

보험 상품 측면에서도 기존 미니보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2024년 '(무)교보라플 꼭필요한 치매간병보험'을 출시했고 디지털보험사 최초의 유병자 보험상품인 '(무)간편고지 내게맞춘 건강보험'도 선보였다. 저렴한 소액 단기보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보장성 상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독립 디지털보험사 모델 자체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디지털 손해보험사였던 캐롯손해보험과 합병한 이후 6개월 만에 자동차보험 부문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통합 효과를 냈다. 디지털 채널을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기보다 기존 보험사 내부에 내재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앞서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합병이 이뤄진 가운데 신 회장의 차남인 신 전 실장까지 교보라이프플래닛을 떠나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 동력이 이전보다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단순한 '디지털 실험' 단계를 넘어 사업성 검증 국면에 진입한 만큼 향후 독립 법인 유지와 조직 통합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신창재 회장의 상징성이 큰 회사"라며 "다만 디지털보험사는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향후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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