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엔진이 미래다"···대한항공, 정비 사업 5조원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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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미래다"···대한항공, 정비 사업 5조원 시대 연다

등록 2026.04.16 13:06

수정 2026.04.16 13:46

권지용

  기자

MRO 외부 수주 확대, 2030년 매출 5조원 성장 목표신공장 증설 및 롤스로이스 등 엔진 업체와 협력 확대최대 규모 운항훈련센터로 조종사 안전 역량 강화

대한항공 엔진 테스트 셀 신 엔진 정비 공장 증축 공사 현장. 사진=대한항공대한항공 엔진 테스트 셀 신 엔진 정비 공장 증축 공사 현장. 사진=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차로 15분을 달려 도착한 영종도 운북지구. 황량한 풍경을 깨고 거대한 건축물이 위용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제2 엔진 테스트 셀(ETC)'이 자리한 곳이다. 바로 옆, 축구장 20개 면적에 달하는 부지에서는 육중한 크레인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신형 엔진 정비 격납고의 뼈대를 올리고 있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 항공 정비(MRO) 클러스터가 태동하는 현장이다.

15일 대한항공 제2 엔진 테스트 셀을 직접 방문했다. 대한항공은 자체 엔진 정비를 넘어 외부 물량까지 확보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 세계 항공기의 심장을 고치는 글로벌 MRO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 매출 5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최근 글로벌 항공업계는 역설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차질로 신규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자 각국 항공사들은 퇴역 예정이던 구형 기재를 연장 운용하고 있다.

김광은 대한항공 엔진정비공장장(상무)은 "보통 20~25년이면 은퇴하던 기체들이 최근엔 30년 넘게 하늘을 날고 있다"며 "운항 시간이 길어질수록 엔진 정비 주기는 짧아지고, 이는 곧 대한항공에 거대한 수주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광은 대한항공 엔진정비공장장(상무)이 제2 엔진 테스트 셀 공장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권지용 기자김광은 대한항공 엔진정비공장장(상무)이 제2 엔진 테스트 셀 공장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권지용 기자

대한항공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순 정비를 넘어 수주형 비즈니스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기존 자사 물량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 항공사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올해 1조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엔진 정비 매출을 2030년까지 5조원대로 4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목표다.

대한항공 MRO 전략의 정점은 2027년 가동될 '원스톱' 정비 공장이다. 작년 준공한 제2 엔진 테스트 셀 옆 부지에 약 3150억원을 들여 아시아 최대 규모 엔진 정비 공장을 증설 중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엔진을 완전 분해부터 조립, 최종 성능 테스트까지 한 곳에서 처리하고 있다.

정비 가능한 엔진 라인업도 대폭 확대된다. 기존 프랫앤휘트니와 협력에 이어, 세계 3대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와도 손을 잡았다. 롤스로이스 트렌트 XWB 엔진 정비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조항을 협의 중이며 오는 2029년부터 신공장에서 정비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 상무는 "올해 기준 116대 엔진 가운데 28대는 외부 수주건"이라며 "신공장 완공으로 500대 정비 체제를 구축하면 제3자 수주 비중이 전체의 60%로 자사 정비 물량을 역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030년 500대·5조원을 달성하면 세계 10위권 MRO 전문 기업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 설치된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ull Flight Simulator·FFS)' 모습. 사진=권지용 기자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 설치된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ull Flight Simulator·FFS)' 모습. 사진=권지용 기자

엔진 정비 역량과 함께 공개한 운항훈련센터는 대한항공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핵심 경쟁력이다. 제2 엔진 테스트 셀과 같은 부지에 자리한 이 시설에는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FS)' 12기가 구축돼 있다. 실제 항공기와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비정상 상황 대응 훈련이 이뤄진다.

시뮬레이터에 들어서자 항공기 조종석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계기판과 각종 스위치, 조작 장치가 실제 기체와 다름없는 수준으로 구현됐다. 기자가 직접 레버를 움직이자 시뮬레이터가 즉각 반응했다. 활주로와 주변 지형 역시 실시간으로 변하며 실제 비행에 가까운 몰입감을 제공했다.

김강현 대한항공 운항훈련원장은 "엔진 화재나 시스템 고장 등은 실제 비행기로 훈련할 수 없는 만큼 시뮬레이터가 필수"라며 "구현 수준은 실제 항공기의 9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 설치된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FS)에서 모의 비행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 설치된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FS)에서 모의 비행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해당 장비는 난기류, 엔진 이상 등 극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재현해 조종사들의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된다. 대당 300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지만 안전을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아낌없이 확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앞두고 훈련 체계 표준화 작업도 본격화됐다. 현재 대한항공은 항공기 165대, 조종사 3043명을 운영하고 있으며, 통합 이후에는 항공기 230여대, 조종사 4000명 이상으로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맞춰 양사 조종사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 훈련 프로그램이 이미 가동 중이며, 서로 다른 운항 절차를 하나로 정립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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