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으로 R&D 연속성 시험대집중투표제 도입에 소액주주 세력 부상
1200억 상속세 딜레마···좁혀진 지분 격차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 시즌은 예년보다 훨씬 팽팽하다. 오는 9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상법 개정의 여파가 본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 포스코홀딩스 등이 올해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안건을 상정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오스코텍은 자산 2조원 미만으로 의무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 소액주주 권한 확대 흐름에 한발 앞서 올라탄 셈이다. 다만 올해 주총의 핵심 변수는 제도 자체보다 창업주 부재다. 김 고문이 남긴 오스코텍 지분은 12.46%(476만3955주)로, 이를 장남인 김성연 제노스코 매니저가 상속받을 예정이지만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상속세 부담은 1200억~1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지분 처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2대 주주인 이기윤 지케이에셋 회장 측 지분은 9.8~9.9% 수준으로 최대주주와 격차가 2%포인트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소액주주연대가 약 13.1%, 사모펀드 타이거자산운용이 5.7%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경영진의 지배력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장은 김 매니저가 오스코텍 지분보다 본인이 보유한 제노스코 지분 13%를 먼저 처분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제노스코 100% 편입 향방은?
작고한 김 고문은 오스코텍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1998년 회사를 설립해 국내 바이오텍 1세대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오스코텍과 자회사 제노스코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한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을 거쳐 글로벌 상업화에 성공했고, 이는 마일스톤에서 로열티로 이어지는 탄탄한 현금 흐름을 만들었다. 다만 김 고문은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 반발로 대표이사 재선임에 실패한 뒤 고문직을 맡았다. 김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이후에도 회사 안팎에서는 제노스코를 둘러싼 논란, 주주와 경영진의 갈등, 주주환원과 연구개발 투자 사이 시각차가 이어졌다.
자회사 제노스코 이슈는 여전히 오스코텍 지배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다. 오스코텍은 그간 제노스코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부 주주는 이를 두고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자회사 지분 매입을 위한 수권 주식 수 확대 등 안건이 소액주주와 2대 주주, 기관투자자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주주들은 제노스코 상장이나 자회사 편입 추진이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제노스코 지분 구조와 향후 처리 방향은 창업주 상속 문제와도 연결돼, 이번 주총 국면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이사회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이지만, 그 배경에는 회사의 중장기 지배구조와 자회사 관리 방향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김 매니저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제노스코 지분을 처분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너 일가의 제노스코 지분이 사라져 편법 증여 논란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측 역시 제노스코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만 합리적으로 산정된다면 100% 자회사 편입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사회 과반 둘러싸고 감도는 전운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상근감사 1명 등 총 5명의 후보를 주주제안 형식으로 추천했다. 주주명부 열람·등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고, 회사 정관상 초다수결의제 효력을 멈춰 달라는 가처분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표 대결을 단순한 소액주주연대와 현 경영진의 충돌로만 보지 않고, 2대 주주인 이기윤 회장 측 영향력까지 얽힌 복합 구도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오스코텍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오스코텍 대표인 윤태영 사내이사와 홍남기 사외이사의 임기가 이번 주총에서 만료된다. 이들이 주주연대 측 인사로 교체될 경우 이사회 구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기존 경영진 측이 방어에 성공하면 현 체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로드맵과 중장기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주총의 분수령은 법원 판단에서 먼저 드러났다. 법원은 지난 6일 소액주주가 제기한 초다수결의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오스코텍 정관 제27조 3항은 주주제안으로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5분의 4 이상 찬성을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소액주주 측 후보의 이사회 진입 통로는 전보다 좁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초다수결 조항을 둘러싼 본안 소송은 남아 있어 이번 주총이 곧바로 분쟁의 종착점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흔들리는 거버넌스 vs 탄탄한 파이프라인
오스코텍의 특징은 지배구조 불확실성과 달리 사업 기반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998억원,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렉라자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 수익이 본격 반영된 데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아델-Y01' 기술수출 선급금도 실적에 더해졌다. 지난해 12월 오스코텍과 아델은 사노피와 최대 10억4000만달러 규모 아델-Y01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오스코텍은 기술수출 성과를 발판 삼아 폐암 치료제를 넘어서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2026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기술이전 수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 확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결국 이번 주총은 이 같은 전략이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회사 측은 경영과 연구개발이 기존 체제 아래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스코텍은 윤태영·이상현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윤 대표는 연구개발, 이상현 대표는 경영 실무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 소통 간담회와 기술설명회 등을 열며 회사의 사업 방향과 연구개발 현황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배구조 변수와는 별개로, 회사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결국 파이프라인과 기술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주총의 핵심은 창업주 공백에 따른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오스코텍이 어떻게 넘을 수 있느냐다. 소액주주와 기존 경영진의 긴장 관계가 이번 표 대결을 계기로 봉합될지, 아니면 장기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지가 당장 관건이다. 다만 주총 이후에도 회사가 최근 보여준 실적 개선과 파이프라인 성과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만 시장 신뢰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총은 오스코텍의 다음 국면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주총 관련해 구체적인 안건을 정리하는 중으로, 곧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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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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