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아파트 소유자 단체 대화방 등을 중심으로 특정 가격 이하 매물 출회를 자제하자는 이른바 '가격 방어' 논의가 이어지고 호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특정 가격 이상으로만 중개를 유도하거나, 특정 공인중개사 외의 공동중개를 사실상 거부하는 사례도 거론된다. 합의된 가격 미만으로 매물이 나오면 해당 중개업소를 '허위 매물 취급 업소'로 낙인찍고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실거래가 확인되지 않은 신고가 거래를 공유하며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행위도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니다. 집단적 합의로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며 시장 질서를 근본부터 흔드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정보의 투명성 위에서 형성돼야 한다. 정보가 조작되고 거래가 통제되면 시장은 더 이상 시장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거래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담합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신고자 포상금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불법을 저지르면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지 않으면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가 주가조작 신고 포상금 상한을 폐지하며 공조에 나선 점 역시 같은 흐름이다.
현장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단체 대화방 집값 담합 유도' 행위를 60건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에 단속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격 파급력이 큰 지역에서 왜곡이 발생하면 그 신호는 순식간에 인접 지역으로 번지며 '상승 기대'를 자극한다.
서울시는 상반기까지 '부동산 가격 담합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신고자에게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기도 역시 '부동산 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최대 5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단속 의지는 분명해졌다.
현행법상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허위 거래 신고나 공동중개 거부 행위 역시 자격 정지나 등록 취소 대상이다. 문제는 법 조항의 존재가 아니라 집행의 강도다. 처벌이 상징에 그치면 담합은 음지로 숨어들 뿐 사라지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공급 확대나 금융 규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거래 질서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집단적 가격 통제는 결국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고 사회적 박탈감을 키우며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킨다.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국민 삶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전쟁'이 아니라, 담합을 뿌리째 도려내는 일관된 집행이다. 적발과 처벌, 포상과 보호가 동시에 작동하는 촘촘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시장을 어지럽혀 사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는 예외 없는 책임을 묻고 공정한 거래를 지키는 시민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부동산 담합을 근절하지 못하면 시장 정상화도, 사회 통합도 요원하다. 가격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작동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뉴스웨이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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