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 최고가격 106일 만에 첫 인하국제 휘발유 가격·환율·유류세 부담 여전주유소별 재고 속도에 따라 인하 폭 달라
한 달 새 30% 넘게 급락한 국제유가가 국내 주유소 가격을 끌어내렸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106일 만에 처음으로 공급가격 상한을 낮추면서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은 ℓ당 1,900원대로 내려왔다. 그러나 국제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높고, 환율과 유류세, 고가 매입 재고 부담도 남아 있어 소비자 체감 인하는 3~4주가량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970.64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1,991.1원 대비 추가 하락하며 3일째 2000원선 아래에 머물렀다. 7차 석유 최고가격 시행 직전인 지난 26일 2005.83원과 비교하면 35.19원 낮아졌다.
같은 날 전국 평균 경유 판매가격은 L당 1961.64원을 기록했다. 7차 석유 최고가격 시행 직전인 26일 1996.72원에서 35.08원 하락했다.
국내 기름값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은 국제유가 급락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5월 26일 배럴당 98.0달러에서 6월 25일 64.4달러로 한 달 사이 34.3% 떨어졌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직전 가격인 배럴당 70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되자 정부도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가격을 낮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7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이전보다 L당 150원씩 인하했다. 지난 3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이후 106일 만이다.
다만 국내 기름값이 곧바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원유 가격은 전쟁 이전보다 낮아졌지만,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환율, 세금, 유통마진 등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6월 넷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00.6달러로, 전쟁 전인 2월 넷째 주 78.8달러보다 27.7% 높았다.
원·달러 환율이 1538원까지 올라 유류세, 유통비용 등이 더해지면서 국내 소비자가격 인하 폭은 제한될 수 있다.
고가 매입 재고도 체감 가격 인하를 늦추는 요인이다. 정유사와 주유소가 기존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사들인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낮아진 국제유가와 최고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 판매가격에 곧바로 반영되기 어렵다.
특히 주유소 단계에서는 비싼 가격에 매입한 휘발유와 경유가 먼저 소진돼야 낮아진 공급가격의 새 물량이 판매가격에 본격 반영된다. 이 때문에 같은 지역 안에서도 주유소별 재고 상황과 판매량, 유통마진에 따라 가격 인하 속도와 폭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국제유가 하락분을 체감하기까지 3~4주가량의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별 재고 차이를 감안하면 국내 기름값이 주당 50원 안팎씩 점진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 가격 인하의 출발점일 뿐,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직접 변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유통 단계의 가격 반영 속도"라며 "최근처럼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정유사와 주유소 모두 재고 부담을 안고 가격을 조정해야 해 인하 효과가 한 번에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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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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