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AI·반도체로 뛴 두산···공정위 칼끝 향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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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로 뛴 두산···공정위 칼끝 향한 배경은

등록 2026.05.12 17:20

김제영

  기자

'AI 황제주' 두산, SI 하도급 관행 문제 제재신사업 확대와 상반된 외주 거래 관행 지적AI 핵심 인프라 된 SI 산업, 구조 개선 주목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인공지능(AI)·반도체 수혜주로 급부상한 두산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마지막 제재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정보기술(IT) 운영의 외주 구조와 하도급 관행 문제를 점검하면서다. 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제재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두산이 시스템개발 및 관리(SI) 용역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계약 서면을 제때 발급하지 않은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SI 사업은 기업 내 전산 시스템을 개발 및 기획, 구축해 운영하는 업무로, 대기업이 사업을 총괄하고 중소 용역업체가 위탁받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두산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약 2년간 182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516건의 SI 용역을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 등 주요 계약 내용을 담은 서면을 용역 수행 시작일까지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계약은 용역 시작 이후 최대 291일이 지난 뒤 계약서를 발급했다. 관련 하도급 대금 규모만 408억원에 달했다.

하도급법상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업무를 시작하기 전 계약서면을 발급해야 한다. 이외에도 대금 분할 지급을 약정한 후 지급 시기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거나 불분명하게 적은 사실도 적발됐다. 관련 서류의 법정 보관 기간을 유지하지 않은 점도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는 이번 두산 사례를 두고 단순 실수가 아닌 업계 전반에 남아 있는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으로 보고 제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I 업계에서는 사업 일정에 맞춰 우선 개발에 착수한 뒤 하도급 계약을 사후에 정리하는 관행이 유지돼 왔다.

특히 이번 제재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공정위가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

두산은 AI·반도체 산업 성장의 대표 수혜주로 최근 주가가 190만원까지 치솟으며 '황제주' 반열에 안착했다. 전자BG 사업부에서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와 SK실트론 인수가 맞물린 결과다.

시장에서 두산을 첨단 반도체·AI 기업으로 재평가하는 가운데,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그룹 내부의 IT 운영 및 전산 관련 사업 구조다. 두산이 AI·반도체·스마트 팩토리 등 그룹 내부 시스템 개발·운영 과정에서 이뤄진 외주 거래 관행이 문제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사업 확대 흐름과 별개로 전통적 외주 및 하도급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SI 사업은 AI 수요 확산에 따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AI 시스템 구축과 클라우드 전환, 스마트 팩토리 운영 등 핵심 사업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 내부 운영 구조는 여전히 과거의 다단계 외주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SI 업계 하도급 거래 관행을 점검해온 배경도 이 같은 맥락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6년부터 삼성SDS, LG CNS 등 대형 SI 업체를 포함한 업계 전반의 하도급 거래 실태를 조사해왔다. 지난해 두산, SK 등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SI 업체 5곳에 대해 직권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번에 두산 제재를 끝으로 관련 조사를 마무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SI 산업의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프로젝트 중심 외주 구조가 일반적인 업계 특성상, 향후 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과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제도 정비 논의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측은 "원사업자가 용역 수행 전까지 계약 서면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 SI 업계의 잘못된 거래 관행에 경각심을 높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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