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밀도 있는 차'···1회 충전 시 300㎞ 이상 주행실수로 액셀 밟자 알아서 '끼익!'···PMSA 신기술 장착
현대차는 독보적인 상품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가성비' 전기차로 전동화 뚝심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작지만 강한' 캐스퍼 일렉트릭이 바로 그 대중화의 선봉에 서있다.
앞서 이달 테크토크에서 미리 만나본 캐스퍼 일렉트릭은 '작지만 밀도 있는 차'라는 현대차의 자신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현대차 최초이자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된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급형=가성비'라는 공식을 깨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인 시승 전부터 기대감을 한껏 높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가성비를 뛰어넘는 '갓성비'로 확실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만한 차였다.
'경차→소형 SUV' 더 커진 차제, 높아진 편의성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아 레이EV와 같은 경차 세그먼트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대차는 소비자 예상을 깨고 차급을 '소형'으로 높여 출시했다.
신차는 전장이 3825㎜로 레이EV에 비해 약 200㎜, 내연기관 캐스퍼에 비해선 230㎜ 더 길다. 전반적으로 공간이 확대되면서 좌석 2열도 넓어졌다. 실제로 앉아보니 넓어진 레그룸 덕분에 크게 답답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앞좌석도 기존 모델에는 없던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와 V2L을 탑재해 편의성이 강화됐다. 돌출됐던 센터페시아가 축소되면서 조수석으로 타고 내리는 것도 문제없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은 세심함이 돋보였다.
러기지(적재) 공간도 넓어졌다. 기존보다 47ℓ 커진 280ℓ 용량을 확보했다. 후석 시트를 앞으로 전부 밀면 최대 351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 1~2인 차박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였다.
차체는 커졌지만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스퍼만의 '아이코닉' 매력은 그대로 담겼다. 여기에 현대차만의 EV 픽셀 패턴 디자인 기조에 맞춰 프런트 센터 턴 시그널 램프와 리어램프에서 살짝 변화를 줬다.
특히 레이저 패터닝 공법을 통해 기존 점과 선 형태가 아닌 넓은 면적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차급을 초월한 승차감···운전미숙 사고 '걱정 無'
이날 시승은 경기도 고양에서 파주까지 왕복 약 56㎞를 달리는 코스였다. 다소 짧은 코스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도심형 자동차(시티카)' 컨셉으로 제작된 캐스퍼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승차감과 주행 성능은 모난 곳 없이 무난했다. 무엇보다 차급 대비 뛰어난 정숙성이 인상 깊었다. 조용한 전기차의 특성상 고속으로 달리다 보면 적잖은 소음이 나기 마련인데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크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소음이 적었다. 이는 저주파·고주파 소음에 따라 차별화된 노이즈 대책이 적용된 덕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 일렉트릭은 개발 초기부터 승차감과 주행 성능에 집중해 개발됐다"며 "현대차의 우수한 EV 스탠다드에 걸맞은 소음·진동·불쾌감(NVH)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기대했던 것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라는 신기술이었다.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하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로 현대자동차그룹 최초로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됐다.
PMSA는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 정차 또는 정차 후 출발하는 저속 주행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빠르고 깊게 밟을 경우, 이를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는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하고 구동력·제동력을 제어해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실제 탑승해 보니 급브레이크를 밟는 듯한 거부감 없이 생각보다 부드럽게 정차했다. 운전에 미숙한 초보자의 경우 급브레이크가 작동하면 더 당황할 법한데, 미리 앞에 장애물을 감지하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주니 더 안정적이었다. 풀악셀을 밟은 후 제동까지 거리는 900㎜, 실제 탑승 후 체감 거리는 더 짧게 느껴졌다.
전기차 화재 사고 '정면 돌파'···"세계 최고 배터리 기술 자부"
최근 전기차 시장은 캐즘에 더해 '화재'까지 이중고에 처했다.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이번에도 '정면 돌파'를 택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현대차는 이번 캐스퍼 일렉트릭 시승회에서 이례적으로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설명회를 열어 우려를 불식시켰다.
깅동건 현대차 배터리셀개발실장은 "앞선 코나 전기차 화재 이슈를 통해 배터리를 얼마나 잘 만들고, 품질을 육성해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며 "현대차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가장 오랫동안, 많이 만들어온 회사로서 누구보다 안전에 대한 경험이 많이 축적됐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에서 공급하는 셀을 사용하면서 안전성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저가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대신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300㎞ 이상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다,
실제로 출발 때 96%였던 배터리 잔량은 고양에서 파주까지 왕복 약 56㎞를 달리는 동안 남은 배터리 잔량은 79%였다. 시티카의 개념으로 평균적인 도심에서 출퇴근 거리를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이다.
"배터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한다"는 현대차가 위기 상황에 내놓은 믿을 만한 카드, '작지만 꽉 찬' 캐스퍼 일렉트릭이 식어버린 전기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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