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름 빠진 자리, 조선이 채웠다···HD현대 '돈줄'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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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빠진 자리, 조선이 채웠다···HD현대 '돈줄' 교체

등록 2026.03.31 07:33

수정 2026.03.31 08:56

김제영

  기자

HD현대, 작년 특수관계자 배당금 25.2%↑'캐시카우' HD현대오일뱅크, 불황에 미배당조선 부문 배당 확대···지주사 신용등급 상향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지주사 HD현대의 현금 창출 구조가 바뀌고 있다. 과거 캐시카우로 불리던 HD현대오일뱅크가 배당을 하지 않았음에도 조선 계열사에서 유입된 현금이 공백을 메우며 현금 흐름이 오히려 확대됐다. 그룹 내 '돈줄'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현대가 지난해 전체 특수 관계자로부터 수취한 배당금수익은 4068억원으로 전년(3249억원)보다 25.2% 증가했다. 계열사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이 2059억원, HD현대마린솔루션이 1190억원, HD현대일렉트릭이 818억원을 배당했다.

가장 큰 변화는 HD현대오일뱅크의 배당 공백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4년 인식 기준으로 HD현대에 2360억원을 배당해 HD현대의 전체 배당금의 72.6%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4년 미배당을 결정하면서 지난해부터 인식된 배당금은 없다.

업계에서는 당시 HD현대오일뱅크가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배당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그동안 고배당 기조를 유지했으나 정유업계 불황으로 정제마진이 줄면서 재무 체력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HD현대오일뱅크의 2024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2% 감소한 2580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손실은 2997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바 있다.

정유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조선업이다.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조선 업황이 회복되면서 10여년 만에 배당을 결정했다. 2024년 결산배당은 주당 5100원, 2023년 분기배당은 주당 3200원으로 정했다. 작년 결산배당으로는 9100원을 결정해 HD현대가 수취할 배당 규모는 올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선박 유지·보수·수리를 하는 AM(애프터마켓) 서비스 사업을 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작년 인식 기준 배당금 역시 1190억원으로 전년(608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발주 증가와 함께 유지보수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계열사별 업황이 엇갈리면서 지주사의 현금 창출 구조가 변화한 모습이다. 과거 조선업 불황기에 캐시카우로 불린 '기름집'이 불황을 맞이하면서 조선 중심으로 수익 흐름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HD현대오일뱅크는 순이익 531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2022년 순이익이 1조원을 넘겼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긍정하기 어려운 실적이다.

당분간 HD현대의 배당 수익은 조선 부문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의 경우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원유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휘발유 최고가격제와 수출 제한, 원유 공급 불안 등으로 업황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조선은 고부가 선별수주로 2~3년치 수주잔고를 쌓아두고 있어 안정적인 호황이 예상된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HD현대의 신용도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HD현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기존 A2+에서 최고등급 수준인 A1로 올렸다.

신용등급 상향의 주요 요인으로는 조선 및 전력기기 부문의 신용도 개선,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적인 현금흐름 등이 꼽힌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수주물량 증가에 따른 선수금 유입으로 2023년부터 현금이 쌓여 작년 기준 6조원대 순현금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과 전력기기 중심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만큼 지주사의 현금흐름 안정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정유에 의존하던 수익 구조가 다각화되면서 HD현대의 현금 창출 기반 역시 구조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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