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는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매입해 보유한 주식을 말한다. 처분은 자사주를 시장에 재매각하거나 임직원, 복지기금 등 특정 대상에 넘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처분은 소각과 달리 발행주식 수가 변하지 않아 재처분이 가능하다.
최근 자사주 처분이 느는 이유는 3차 상법 개정안 때문으로 유추된다. 해당 안은 자사주 매입 후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국회 통과가 임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성과급 등의 형태로 처분했다.
자사주 처분은 단기적으로 기업 현금을 늘려주지만, 장기 보유 시 재무제표상 '자기주식'으로 표시되어 자기자본을 잠식한다. 자사주 매입 시 현금(자산)이 줄고, 해당 감소분은 자본조정(자기주식) 계정으로 차감 기록되기 때문이다. 즉, 회계상 자사주는 '자산'이 아닌 '주주와의 거래'로 간주되어 자본총계에서 차감된다. 소각시에는 자기자본이 증가하고 EPS(주당순이익)가 올라 주주환원이 강화되지만, 처분은 이러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자사주 처분은 소액주주에게 부정적이다. 유통주식 수가 줄지 않아 소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EPS와 배당이 희석되며, 저가 처분 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사례에서 상장사들이 상법 개정 직전 대량 처분을 발표하자 소액주주 피해가 속출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표준 관행이지만 주별로 차이가 있다. 델라웨어·뉴욕주 법은 보유·재처분을 자유롭게 허용하나, 워싱턴주는 보유 자체를 금지한다. 기업들은 세제 혜택(배당세 절감)으로 소각을 선호한다. 처분은 임직원 스톡옵션으로 한정되며 엄격한 SEC 규제를 받는다. 한국과 대비하면 차이가 큰 편이다. 한국은 장기 보유가 허용되며, 경영권 방어 도구로 악용되지만, 미국·영국·일본은 보유 기간 제한과 공개 매입을 원칙으로 한다.
일본은 회사법상 자사주 소각을 이사회 결의로 자율적으로 가능하게 하되 법적 의무는 없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후 보유 시 취득가액과 장부가액 차액에 법인세를 부과하여, 처분 시 양도차익에 30% 법인세가 적용된다. 해당 세제 불이익으로 일본 기업들은 소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장기 보유가 제한적이다.
영국은 자기주식 보유를 인정하나 처분 시 주주 우선권(신주인수권 준용)이 적용되어 제3자 처분은 정관 또는 주총 특별결의가 필수이며, 의결권·배당권 등 권리 부여를 엄격히 금지한다.
현재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며, 임직원 보상·우리사주 등 예외 처분 시 매년 주총 승인을 받은 '보유처분계획서' 제출을 요구한다. 또한, 기존 보유 자사주는 18개월 유예 적용되며, 위반 시 이사 과태료(최대 5천만원)를 부과한다. 이는 장기 보유로 인한 자본 잠식 방지와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한다.
상기 개정안은 소각 의무로 EPS 상승과 주가 부양을 기대하지만, 중소기업의 자금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제도를 참조하여, 해당 안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 SEC 규제를 참고해 자사주 처분에 따른 즉시 공시 의무와 공정가격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SEC는 Form 8-K를 통한 실시간 공시와 Rule 10b-5(내부자 거래 방지)를 적용해 임직원 스톡옵션 가격을 시장가 기준으로 제한한다.
또한, 영국·일본처럼 주총 승인 기준을 세분화해 처분 목적(보상·M&A 등)을 사전 검토하고, 자사주 처분 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유지하도록 주식 수에 비례해 공정하게 배정하는 제도 주주 비례 배정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
한편, 중소기업에 한해 자사주 소각 의무 관련 유예 기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미국 델라웨어주처럼 소규모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인재 유치나 M&A 자금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취지가 있다. 아울러, 소각 의무를 자산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일본처럼 소각 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해 취득 유인을 높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해 주주환원과 자본 잠식 방지를 도모하지만, 중소기업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한 보완이 필수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제도 적용에 대한 유예와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금의 유연성을 보장함으로써 주주·기업 간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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