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들의 3분기 숫자는 다이나믹하다.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는 23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익은 111억6200만 달러였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6%, 58% 급증했다. AI 칩의 강력한 수요는 황제의 위상을 더 높였다. 반면 '반도체 제국' 인텔은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하며 사업부 분사 등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정도로 굴욕의 날을 보내는 중이다.
메모리 제왕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217억 달러의 매출을 발표했다. 6년 만의 최대치지만 이익은 SK하이닉스의 숫자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역전을 예상했다는 듯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수장은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걱정을 끼쳤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1등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원들의 자존심은 바닥에 떨어졌다.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그리고 카페에서조차 직원들은 귓속말로 이야기했다. "우리 회사는 예전의 삼성이 아니다." 미래를 걱정하는 직원들과 목소리는 날카로웠지만 떨렸다.
반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은 놀라움 그 자체다. 감산, 효율적 비용 절감, 기술 혁신, 이 모든 것이 지금 이 자리를 만들었다. HBM이 정점을 찍었다. 삼성의 방심과 실기는 덤이다.
진짜 승부는 내년이다. AI 메모리 수요는 폭발적이다. 가격이 요동치고 있지만 결국은 제자리를 찾으며 SK하이닉스는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술개발과 경쟁 심화,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권좌를 향한 SK하이닉스의 진군은 더 매서울 것이다. HBM은 삼성보다 먼저 궤도에 올랐고, 기술력은 검증됐다. 삼성의 반격이 거세겠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폭발적인 수익을 올렸던 올해의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다.
차지하려는 자, 지키려는 자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2025년은 다시 한번 메모리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터가 될 것이다. 그동안 메모리 1위 삼성전자의 권좌를 누가 감히 넘볼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 조금씩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이 관전의 재미를 더한다.
뉴스웨이 윤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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