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하이브서 IP 부가사업 계열사 다시 품어하이브, '아이돌 기획사' 빌리프랩 완전 자회사로CJ ENM, 빌리프랩 내주고 현금 1500억원 채워
에스엠은 올 초 경영권 분쟁 당시 하이브에 매각했던 아티스트 지적재산권(IP) 기반 부가사업 계열사 SM브랜드마케팅의 지분을 다시 사왔다.
에스엠에 SM브랜드마케팅 지분을 판 하이브는 데뷔 3년차 보이그룹 아이돌 '엔하이픈'의 소속 기획사 빌리프랩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이 회사를 하이브의 완전 자회사로 전환했다. 또 빌리프랩의 원래 최대주주였던 CJ ENM은 부족했던 현금 곳간을 채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 10일 공시된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엠은 하이브에 현금 539억원을 건네는 조건으로 SM브랜드마케팅의 보통주 31만4550주(42.31%)를 사들였다.
같은 날 하이브는 빌리프랩의 보통주 74만2200주(52.5%)를 1500억원에 사들이겠다는 공시 보고서를 냈다. 하이브가 사들이는 지분은 당초 CJ ENM이 72만8000주를 보유했고 김태호 빌리프랩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만4200주를 갖게 됐다.
CJ ENM는 하이브에 빌리프랩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1471억3026만원의 현금을 챙기게 됐고 나머지 28억7000만원은 김 COO에게 돌아가게 됐다. 아울러 빌리프랩은 오는 9월 1일을 기해 하이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가 된다.
서로 간의 사연 깊은 에스엠-하이브-CJ ENM
사실 에스엠, 하이브, CJ ENM은 서로 간의 사연이 있는 회사들이다. 에스엠 창립자이자 초대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 씨는 지난 2021년 자신이 보유한 에스엠 지분을 외부에 매각하고자 했는데 이 당시 지분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기업 중 한 곳이 CJ ENM이었다.
실제로도 CJ는 에스엠 지분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이 창립자의 지분 처분 계획은 무산된다. 이 창립자가 지분 매각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지분 매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이 창립자의 지분 처분 계획은 올해 초 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K-Pop 시장 후발주자인 하이브가 에스엠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지난 2월 에스엠 보통주 352만3420주를 전격 인수했고 공개매수를 통해 23만3817주를 추가로 매수하게 된다.
그러나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의 지나친 과열로 하이브가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하이브가 카카오 측에 에스엠 경영권을 넘기기로 합의하고 지분 인수 경쟁을 끝냈다.
현재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21.11%, 19.43%의 지분을 쥐고 있고 하이브는 8.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가 에스엠에 판 SM브랜드마케팅 지분은 원래 이수만 에스엠 창립자 소유의 지분이었다. SM브랜드마케팅은 에스엠과 이 창립자가 각각 42.0%와 38.0%의 지분을 보유하던 회사다. 그러나 이 창립자의 지분은 하이브가 올해 2월 에스엠 지분 인수 때 함께 넘어갔다.
이 창립자가 하이브에 SM브랜드마케팅 지분을 얼마에 매각했는지는 정확히 공시된 바가 없다. 때문에 이 창립자가 얼마의 현금을 챙겼는지도 확인이 어렵다.
다만 SM브랜드마케팅이 비상장 법인이고 지난 반년 사이 지분가치가 출렁일 만한 이슈 또한 크게 없던 점을 고려하면 이 창립자는 SM브랜드마케팅 지분을 하이브에 내주는 조건으로 500억원대의 현금을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SM브랜드마케팅 지분을 에스엠에 판 것은 에스엠 사업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만큼 지분 보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당 지분을 팔아서 얻는 이익을 다른 부분에 재투자할 경우 안정적 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빌리프랩의 지분을 인수한 배경으로 "하이브가 아티스트의 음반 제작과 제반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빌리프랩의 사업 운영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하고자 CJ ENM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 강조한 CJ ENM, 부족했던 현금 곳간 채웠다
하이브의 완전 자회사가 된 빌리프랩은 지난 2019년 CJ ENM과 하이브가 각각 51.5%와 47.5%의 지분율로 합작해서 세운 아이돌 기획사다. 지난 2020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빌리프랩의 소속 아티스트다.
그런데 CJ ENM은 합작회사 설립 4년 5개월여 만에 빌리프랩 지분을 하이브에 모두 넘기기로 했다. CJ는 왜 빌리프랩에서 손을 떼는 것일까.
CJ ENM 측은 "핵심 레이블 역량 집중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빌리프랩 지분을 에스엠에 넘긴다"고 설명했고 하이브는 "복수의 음반 제작사(레이블)를 자회사로 두는 체제의 고도화 차원에서 빌리프랩 지분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CJ ENM 입장에서는 빌리프랩이 최근 2년간 순이익을 창출한 계열사인 만큼 계속 보유하고 있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선택과 집중'을 경영의 최우선 기조로 삼으면서 빌리프랩의 지분도 매각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지분 매각 배경에 하이브의 제안이 앞섰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동안 빌리프랩이 담당해온 아티스트들의 음반 제작과 활동 운영 업무는 합작 파트너인 하이브가 이미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브가 빌리프랩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효율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CJ ENM의 다소 충분치 않은 현금 사정이 빌리프랩 매각의 계기가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채비율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지만 결코 풍족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재 CJ ENM의 곳간 사정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CJ ENM의 현금자산 보유량은 833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6.4% 감소했다. 반년 사이에 약 3000억원의 현금이 증발했지만 여전히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만큼 현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야기는 엄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차입금을 포함한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CJ ENM의 곳간이 그리 풍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CJ ENM의 부채총계는 6조2333억원이며 부채비율은 151.2%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37.8%이던 것을 고려하면 13.4%포인트 늘어났다.
CJ ENM의 부채 규모가 늘어난 것은 올 상반기에만 6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장기차입금 때문이다.
영업 활동을 통해 현금은 지속 창출되고 있지만 OTT 플랫폼 '티빙'의 콘텐츠 제작 예산 부담이 늘고 지난해 초 인수한 콘텐츠 제작 자회사 '피프스 시즌'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 추가 투자 여력은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CJ ENM은 투자를 지속하고자 했다.
결국 금융권을 통해 차입 규모를 늘렸고 이것이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 시장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무작정 차입만 할 수도 없는 만큼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팔아서 조금이나마 현금 곳간을 채우자는 결정을 내렸고 결국 빌리프랩을 하이브에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1500억원이라는 현금이 들어와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될 수도 있지만 한 푼이라도 곳간에 채우는 것이 미래 경영기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빌리프랩 지분 매각이 CJ ENM 재무 사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 결과는 윈윈···상호 거래 최종 승자는 하이브?
어쨌든 지난 10일 마무리된 에스엠과 하이브, 하이브와 CJ ENM의 지분 거래는 세 기업의 필요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윈윈 거래로 남게 됐다.
에스엠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냈고 하이브는 K-Pop 유망 레이블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CJ ENM은 부족했던 곳간을 조금이나마 채웠다.
그래도 이 셋 중에 가장 큰 이득을 취한 쪽은 하이브가 됐다. 961억원의 현금이 순유출됐지만 K-Pop 레이블 포트폴리오를 강화함과 동시에 사업 영역과 크게 연관 없는 회사 지분을 과감히 털어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가 확실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과를 뛰어넘을 수 있는 확실한 도약대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뤄진 빌리프랩 완전 자회사 편입은 매우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무게감 있게 자리잡은 기업이지만 과거의 성장을 넘어서려면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며 "미래를 고려한다면 상당한 매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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