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스터디, 지난 3월 롯데스카이힐 김해CC 인수'골프애호가' 손주은, 고향 인근 골프장 인수 주도숨길 점 없는데 5월에 유증 공시···제재 못 피할 듯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2일 메가스터디에 대해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공시를 지연한 사유를 들어서 오는 7월 17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메가스터디는 지난 3월 31일 이 회사의 종속회사인 메가비엠씨가 621억5000만원을 호텔롯데 측에 주는 조건으로 롯데스카이힐 김해CC의 사업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메가비엠씨 측은 골프장 인수 절차를 마친 뒤 해당 골프장 명칭을 '포웰(4Well)CC'로 개칭했다.
이 골프장의 원래 주인인 호텔롯데는 "다른 골프장과 달리 김해 골프장은 호텔 등 부대시설이 없어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아 매각하게 됐다"고 매각 사유를 밝혔다. 사업 효율성 차원에서 김해 골프장의 새 주인을 찾던 도중 메가스터디 측이 인수 의향을 나타내면서 골프장의 주인이 롯데에서 메가스터디로 바뀌게 됐다.
메가비엠씨는 김해 골프장 인수대금 조달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메가스터디가 300억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회사 주식 34만6065주를 받게 됐다. 유증 전 57.5%였던 메가스터디의 메가비엠씨 소유 지분율은 95.6%로 높아졌다.
'손사탐'으로 불리던 사나이, 사교육의 황제가 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 기업이 뜬금없이 골프장을 인수했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 있다. 더구나 메가스터디는 국내 최대의 사교육 기업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메가스터디의 골프장 사업 진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이 회사와 회사의 창립자인 손주은 메가스터디 이사회 의장의 면면을 따져봐야 한다.
손주은 의장은 1990년대 후반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장 잘 나가던 사회 과목 강사였다. 그가 지난 2000년에 동료 학원 강사들과 함께 창립한 메가스터디는 '인터넷 강의'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유료 인터넷 강의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손 의장은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타고난 과외 강사로 알려진 청년이었다. 서울대 졸업 이후에는 아예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대학입시 수험생들을 위한 공통사회(통합사회) 강의를 맡았다. 강사 시절 '손선생 사회탐구' 강의를 들으려는 수강생들의 인파는 어마어마했다.
일명 '손사탐'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2000년대 초 사회탐구 과목 교재 '손사탐 1200제'를 출간했는데 이 책은 공부 좀 한다던 당시 수험생의 필수품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여년 전 대학입시 준비를 했던 오늘날의 30대 후반~40대 초반 사람들은 손 의장의 이름이 매우 익숙하다.
손 의장은 메가스터디가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한동안 경영과 강의를 겸했으나 최근에는 회사 경영에만 주력하고 있다. 간혹 마이크와 분필을 잡고 강의에 나서기도 하지만 과목별 강의보다 입시 전략 관련 강연이 주된 내용이다.
손 의장이 평소 즐기는 운동은 골프다. 손 의장은 원래 골프와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04년 회사의 코스닥 상장 직후 주변의 권유에 의해 골프를 시작했다. 특정 분야에 꽂히면 한없이 몰입하는 평소 성격의 영향으로 골프도 단시간에 독파했고 그 덕에 아마추어 치고는 상당한 실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주력 사업인 온라인 교육 사업으로 더 이룰 것이 없을 정도로 확실한 성공을 거둔 그에게는 또 다른 투자 사업 확장이 필요했다. 사실상의 노후 대비 사업이 필요했는데 그의 대표적 취미인 골프가 사세 확장의 도구로 활용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메가스터디의 이번 골프장 사업 진출에는 손 의장의 개인적 의중이 상당 부분 담겼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수 후보군에 꼽혔던 골프장 중 김해의 골프장을 인수하도록 한 것도 손 의장이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 소재 포웰CC는 손 의장의 고향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과 직선거리로 불과 10㎞ 정도 떨어진 지역에 있다. 무엇보다 손 의장 스스로 그동안 연고지인 부산·경남 지역에 대한 애착과 투자 의욕이 강했기에 이번 인수 역시 연고지에 대한 투자 차원의 행보라고 보고 있다.
꺼지지 않는 사교육 열기에 사세 확장···분할 후 투자 사업 본격화
메가스터디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초로 유료 온라인 강의 사업을 확대하며 사세를 불렸다. 사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대한민국 특유의 사회 현상이 메가스터디의 사세를 키운 셈이다.
지난 2004년 말 코스닥에 상장한 메가스터디는 상장 초기인 2005년 초만 해도 시가총액이 1000억원 아래였지만 꾸준한 성장 덕분에 상장 4년차인 2007년에 시총 1조원을 넘어섰다. 2009년에는 한때 코스닥 시총 순위 2위까지 오를 정도로 회사 가치가 폭등했다.
현재의 메가스터디는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투자와 관리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실질적인 교육 사업은 지난 2015년 인적분할로 탄생한 메가스터디교육이 맡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규모로 봐도 메가스터디교육의 실적이 메가스터디의 약 10~12배 정도 된다.
사실상 투자 회사로 변신한 이후에는 교육 관련 종목으로 엮이면서도 주가 흐름이 크게 출렁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최근 윤석열 정부의 '사교육 때리기' 기조 강화에도 이렇다 할 변동이 없다. 대신 출판·교육 사업을 전담하는 메가스터디교육의 주가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메가스터디는 총 3곳의 상장사에 출자하고 있고 27개 비상장 법인에 출자하면서 회사 규모를 늘려왔다.
포웰CC의 운영회사인 메가비엠씨는 메가스터디의 종속회사로 부동산 관리·컨설팅 사업을 맡고 있다.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교육 본사 사옥과 전국 각지의 메가스터디 학원 건물 등의 관리 업무가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이다.
교육 사업으로 성장한 메가스터디가 교육 사업의 정반대 위치로 보이는 골프장 사업에 갑작스레 뛰어든 이유는 다소 불분명하다. 메가스터디 측은 "투자 사업 확대 차원에서 골프장을 인수했다"고 설명했지만 더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메가스터디는 사실상의 지주회사로서 투자 사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눈여겨 볼 부분은 메가비엠씨의 임원 현황이다. 공시 보고서에 명시된 메가비엠씨 대표이사는 손주은 의장이다. 원래 이 회사의 대표는 메가스터디 대표를 맡았던 김기종 씨였다. 그러나 최근 손 의장이 각자대표로 이름을 함께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스터디그룹 내 다른 회사는 손 의장의 친동생인 손성은 대표나 전문경영인들이 CEO를 맡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상장 계열사 경영은 손 의장이 손수 맡았다. 이는 알짜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 사업에 대해 손 의장의 관심이 크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숨길 부분 없는데 유증 공시 57일 지연···투자자 신뢰에 흠집
문제는 메가비엠씨의 골프장 인수대금 조달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가 인수와 유증 결의 이후 무려 57일이 지난 5월 26일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상장회사는 각 상장 시장의 공시규정에 따라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공시 의무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의 공시의무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벌점 부과와 함께 제재금 징계를 받는다. 메가스터디의 위반행위 사유는 공시불이행이다.
메가스터디는 7일 내로 한국거래소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 관련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 신청 접수 후에는 신청기간 종료일로부터 10일 안에 코스닥시장공시위원회 심의가 이뤄지며 심의일로부터 3일 내에 불성실공시법인 해당 여부와 세부 제재수위가 결정된다.
벌점 수준은 공시의무 위반 사항의 동기와 중요성 등에 대한 수준별 판단을 통해 가려진다. 공시 담당자의 단순 착오로 이뤄진 경미 위반으로 판단되면 벌점이 없지만 고의적으로 이뤄진 중대한 의무 위반 행위로 규정될 경우 최대 10점의 벌점 부과까지 가능하다.
코스닥 상장사는 사안별 벌점 수준에 따라 주식거래 단말 시스템에 회사명을 표기할 때 일정 기간 동안 불성실공시법인 표시를 해야 한다. 또 연간 누적 벌점이 8점을 넘으면 1거래일간 거래가 정지되고 누적 벌점이 15점을 넘으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메가스터디 측이 유상증자 관련 공시를 지연 발표할 만한 뚜렷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자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해 모회사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고 메가스터디의 현금 사정을 봐도 300억원 지출은 그다지 큰일은 아니다. 더구나 골프장 인수 전후로 메가스터디의 주가 흐름도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해당 골프장 매각 과정에서 기존 회원들의 강한 반대가 큰 걸림돌이었다고 하지만 회원들의 매각 반대를 지연 공시 사유로 보기에는 다소 석연찮아 보인다. 딱히 투자자들에게 숨길 일이 아닌데도 공시가 늦었다면 고의 지연으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메가스터디가 공시 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 받은 벌점이 없기에 이번 공시불이행 사유로 제재를 받아도 중대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그동안 메가스터디가 투자자들을 향해 스스로 쌓아올린 신뢰에는 일정 부분 흠집이 가게 됐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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