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CB 발행 공시 2일 후 돌연 경영권 양도 발표23일 거래 마감 후 "지분 헐값 처분" 올빼미 공시회사 새 주인, 정체 불분명···장 대표는 침묵 유지
다만 장기영 대표는 본인의 지분을 제3자에 팔겠다고 계약을 맺은 날의 종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내놨다. 계약 체결일 종가와 대략 180억원의 손해를 보고 회사를 내놓은 셈인데 이 회사의 지분 변동 흐름을 보면 석연찮은 부분이 꽤 많다.
TS트릴리온은 지난 23일 오후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내용을 공시했다. 공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장기영 대표가 그동안 보유하던 지분 중 4000만주를 주당 750원에 4개 법인에 나눠서 처분하기로 했다.
TS트릴리온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법인은 엔더블유투자파트너스, 에이스파트너스, 해승아이앤씨, 알이에스 등이다. 엔더블유투자파트너스가 1700만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받고 에이스파트너스는 1360만주를 받는다. 해승아이앤씨와 알이에스는 470만주씩 나눠 갖는다.
경영권 매각 이전에 60.3%에 달했던 장 대표는 4000만주를 4개 법인에 넘긴 이후 보유 주식 수가 1690만8010주로 줄어들게 되고 지분율은 18%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단순 주식 물량으로만 치면 엔더블유투자파트너스에 이은 2대주주로 남는 셈이다.
당초 TS트릴리온은 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추가로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총 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이 회사의 차입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조달자금의 대부분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별안간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자금 조달 계획과 기타 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정상화 계획의 변경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종가보다 40% 헐값에 지분 매각···184억원 이득 포기, 왜?
장기영 대표의 TS트릴리온 경영권 매각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주당 매각 가격이다. 계약 체결일인 지난 23일 TS트릴리온의 종가는 1211원이었다. 그러나 장 대표가 4개 법인에 주가를 처분한 주당 매각 가격은 750원으로 공시됐다.
만약 23일 종가대로 가치를 매겨서 지분을 팔았다면 장 대표가 보유 지분 처분을 통해 챙겼을 현금은 484억4000만원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주당 처분 금액을 40% 가까이 깎은 탓에 장기영 대표가 받게 된 현금 총액도 300억원으로 정해졌다. 주당 처분 금액이 깎이면서 장 대표는 사실상 184억원을 덜 받고 회사 경영권을 남에게 넘겨준 셈이 됐다.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을 184억원이나 포기하면서까지 헐값에 회사 지분을 판 것은 그만큼 회사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증거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다수의 투자자들은 "장 대표가 투자자들을 버리고 도망치려 한다"는 원망 섞인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지분 분산 매각 후에도 여전히 17%의 지분을 쥔 2대주주로 남아있는 만큼 본인이 직접 언급했던 TS트릴리온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금요일 오후 늦게 '경영권 양도' 공시···투자자 관심 피하고 싶었나
두 번째로 석연찮은 부분은 왜 이 내용을 '올빼미 공시'로 공개했느냐는 점이다. 올빼미 공시란 상장사가 오후 3시 30분 이후에 올리는 공시를 뜻한다. 다만 장 마감 후에 공시를 한다고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서 올빼미 공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장 마감 후에 올라오는 올빼미 공시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주가에 나쁜 흐름을 미치는 악재성 이슈가 많다. 더구나 TS트릴리온의 경우처럼 금요일 장 마감 이후 오후 4~5시 무렵에 올라오는 공시는 특히 투자자들이 유의해서 봐야 하는 내용이 많다.
지난 23일 TS트릴리온 측이 공시를 낸 시간은 정규 거래 마감 후 2시간이 지난 오후 5시 36분이었다. 투자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인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이틀의 휴일을 앞두고 낸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최대주주 변경 공시는 주가 흐름만 놓고 볼 때 호재성 공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휴일을 앞두고 금요일 오후 늦게 공시한 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배경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투자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평소 회사 게시판 등을 통해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고자 했던 장 대표가 경영권 양도 공시 후 어떠한 채널을 통해서도 경영권 매각의 배경이나 사유, 추후 계획 등을 밝히지 않은 점은 의문을 더 키우게 한다.
이 때문에 TS트릴리온이 금요일 오후 느지막이 공시를 올린 것을 두고 "진짜로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산 1억원 안 되는 小법인, 인수대금 조달 출처 불명
장기영 대표의 경영권 양도 과정 중 세 번째로 석연치 않은 부분은 지분을 인수하는 법인들의 정체다. 4곳의 새 주인 중 18%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엔더블유투자파트너스는 위영수 대표가 지분 100%를 쥐고 있는 경영 컨설팅 기업이다.
그런데 이 법인의 지난해 말 재무제표 기준 자본금은 고작 1000만원에 불과하며 자산총액도 4500만원뿐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장 대표에게 오는 9월 4일까지 총 127억5000만원을 지분 인수의 대가로 넘겨줘야 한다. 결국 외부 차입을 통해 인수대금을 조달해야 한다.
문제는 이 소규모 경영 컨설팅 업체의 TS트릴리온 지분 인수를 위해 누가 자금 지원을 해줬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14.4%의 지분을 받게 된 3대주주 에이스파트너스 역시 똑같다.
여기에 경영권 매각 공시에 앞서 지난 21일에 나왔던 유상증자의 주인공 제이유홀딩스 유한회사와 CB의 출자자도 정체가 불분명하다.
제이유홀딩스 유한회사도 엔터블유투자파트너스와 마찬가지로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재무제표나 재무적 투자자의 존재 여부를 알 수가 없다. CB 발행 대상자인 이노베이션바이오1호조합에 출자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는 TS트릴리온이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운 기업 사냥꾼들의 손에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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