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美 FDA 심혈관 질환 치료제 승인신장 질환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유력해전문가 "체중 감소 덕분일 가능성 커"
2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2형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개발된 세마글루타이드 제품인 위고비와 오젬픽이 더 많은 질환에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가장 먼저 확대된 적응증 분야는 심혈관 질환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자금을 지원한 연구에서 3년 이상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비당뇨 과체중 성인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심장마비, 뇌졸중 또는 사망 위험이 20% 낮아졌다.
파마슈티컬 저널(The Pharmaceutical Journal)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제31회 유럽 비만 학회(European Congress on Obesity)에서 발표된 컨퍼런스 초록과 포스터도 환자가 체중 감량과 관계없이 세마글루타이드에서 심혈관 이점을 얻을 수 있음을 보였다.
또 지난달에 발표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SELECT 시험에 기반한 연구 예비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심혈관계 혜택은 시작 체중이나 체중 감량량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월 당뇨병은 없지만 비만 또는 과체중인 성인 심혈관 질환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위고비를 승인했다.
심혈관 질환 다음으로 유력한 적응증 분야는 신장 질환이다.
헬렌 M. 콜훈 교수가 연구 책임자로 진행해 지난달 유럽 신장학회(ERA)에서 발표한 SELECT 시험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지만 당뇨병이 없는 심혈관 질환 환자의 경우 2.4mg의 세마글루타이드가 신장 기능 저하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신장 관련 부작용을 22% 줄였다. 또 기존 신장 장애가 있는 환자의 신장 기능을 보호하고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rinary albumin/creatinine ratio, UACR)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노보 노디스크의 자금 지원을 받아 발표된 'FLOW' 임상시험 결과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가 T2DM 및 만성 신장 질환(CKD) 환자에서 신장과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켰으며, 세마글루타이드 투여 그룹에서 위약보다 일차 결과 발생 위험이 24% 낮았다고 발표했다.
다만 파마슈티컬 저널은 한 전문가 말을 인용해 "GLP-1의 비용을 고려할 때 표준 요법과 그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국내에서도 코넥스 상장사 프로젠이 당뇨와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P-1·GLP-2 이중작용제 'PG-102'에 대해 MASH, 신장 질환, 심혈관 질환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외에 GLP-1이 여성 호르몬 관련 만성질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오젬픽'이나 '위고비'를 투여한 후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한 사례가 SNS상에 보고되고 있다. 이에 연구자들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생식력이나 호르몬 장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했다.
바이오파마 다이브(BioPharma Dive)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 어린이 병원의 소아 내분비학자인 멜라니 크리(Melanie Cree)는 동료와 협력해 당낭성 난소 증후군(PCOS)이 있는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노보 노디스크의 '라이벨서스'(Rybelsus)와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을 진행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첫 번째 임상시험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결과는 크리가 PCOS 환자의 체중 감소, 대사 변화 및 생식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테스트하는 또 다른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작할 정도로 '충분히 고무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없으며, 진단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걸린 여성의 70%가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대해 FDA 승인을 받은 약물도 없는 상황이다.
매체에 따르면 일부 의사는 GLP-1 복용자의 예기치 않은 임신은 소화 과정을 늦추는 약의 기전이 경구 피임약 효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실제로 세마글루타이드 함유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는 임신을 계획하기 2개월 전에 사용을 중단하라는 경고가 붙어 있다. 미국 생식의학협회(ASRM)의 다낭성 난소 증후군 가이드라인에도 임신 중 안전성 데이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GLP-1을 복용하는 여성에게 피임을 권고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대변인은 "동물 연구에 따르면 위고비는 임신 중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에 대한 FDA 승인 GLP-1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지 않았으며, 당장 수행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 대변인은 "티르제파타이드(GLP-1에 GIP 수용체 작용제를 더한 약제)가 인간의 생식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치매도 유력한 적응증 후보 중 하나다.
과거 연구를 살펴보면 GLP-1은 뇌의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줄일 수 있다. 두 단백질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경약리학'(Neuropharmacology) 저널에 게재된 산시 의과대학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관련 돌연변이가 있는 쥐에게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한 결과 뇌의 포도당 대사뿐만 아니라 학습력과 기억력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단백질 찌꺼기)와 신경섬유 엉킴도 감소했다.
연구진은 현재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타이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국제 의학 학술지인 '랜싯'에 낸 논문을 통해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리라글루타이드 성분 약물이 65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빅토자가 지난 2010년 스웨덴에 출시된 이후 GLP-1 유사체와 DPP-1억제제, 설포닐우레아를 처방받아 복용한 65세 이상 제2형 당뇨병 환자 8만 8381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빅토자를 복용한 사람이 다른 투여군에 비해 치매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정확한 원리는 알 수 없다면서도 GLP-1 유사체가 심혈관 질환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디앤디파마텍이 GLP-1 수용체 작용제 'NLY01'를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로 개발하고 있다. NLY01은 GLP-1 제제인 엑세나타이드를 변형한 물질로, GLP-1 수용체를 활성화함으로써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 감소, 염증 감소, 신경 세포 성장 촉진 등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평가한 임상 2상이 종료된 상태로,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상기한 질환에 대한 효과가 모두 체중 감소에 따른 부차적인 효과에 불과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브라이언 윌리엄스 영국 심장재단 최고 과학·의료 책임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장기적인 체중 감소에 관한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논문과 심혈관 질환에 대한 MACE 미발표 초록 및 포스터에 대한 논평에서 "(GLP-1에 대해) 체중 감량 이상의 잠재적 이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실제로는 체중 감소를 통해 비만으로 인한 비정상적이고 해로운 영향을 역전시킨 것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