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개인 회사 쪼개고 붙인 서영이앤티, 2대주주로서영이앤티 최대주주 박태영, 사실상 지주사 우회 지배지분 승계 이후 경영수업 돌입···현재 전문경영인 체제
하이트진로그룹은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함께 상장사 하이트진로와 비상장사 18개 등 총 19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지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계열사인 서영이앤티가 우회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최대주주인 박문덕 회장은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9.5%를 가지고 있다. 2대 주주는 서영이앤티로 27.7%를 보유 중이며, 박 회장 일가 및 특수 관계자가 지분 총 65.9%를 소유한 굳건한 오너일가 체제다.
서영이앤티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과 차남 박재홍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각각 58.44%, 21.62%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박 회장이 14.69%, 박 회장의 형인 박문효 전 부회장이 5.16%를 보유해 거의 100% 오너일가가 지분을 사실상 가족회사다.
서영이앤티는 2007년 박태영 사장이 지분 73%를 인수해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생맥주 기기 납품업체다. 다만 서영이앤티는 박 사장이 인수하기 전부터 이미 박재홍 부사장이 지분 27%를 보유한 상태였다. 업계에선 이들이 회사 설립 초반부터 관여해 키워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를 중심으로 승계 작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박문덕 회장은 개인 회사를 동원해 서영이앤티의 하이트맥주(현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늘려 지금과 같은 옥상옥 구조를 완성했다. 당초 서영이앤티가 직접 보유한 하이트맥주 지분은 0.71%였다.
박 회장은 2008년 개인회사인 위스키 업체 하이스코트를 무상 증여했는데, 하이스코트는 하이트맥주 지분 9.81%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통해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스코트→하이트맥주로 이어지는 구조가 됐다. 비슷한 시기 하이스코트는 삼진인베스트와 하이스코트로 분할됐는데, 하이스코트에 양주 수입사업을 넘기고 삼진인베스트에 하이트맥주 지분을 넘겼다.
같은 해 하이트맥주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사업회사인 하이트진로와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로 인적 분할했고, 그해 12월 박 회장은 또 개인 회사 근대화유통을 서영이앤티와 합병했다. 근대화유통은 하이트맥주 지분 0.49%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의 하이트맥주 지분은 1.19%가 됐다.
이듬해인 2009년 8월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지분을 가진 주주(박문덕 회장, 삼진인베트스, 서영이앤티, 하이트문화재단)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자회사 하이트진로와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삼진인베스트의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은 9.81%에서 24.66%로, 서영이앤티는 1.19%에서 3%로 증가했다.
다음 해인 2010년 서영이앤티는 삼진인베스트를 흡수합병하면서 하이트진홀딩스 지분 27.66%로 2대 주주가 됐다. 하이트진로홀딩스는 하이트진로 주식 50.86%를 가지고 있다. 이로써 박태영→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홀딩스→하이트진로 구조로 이어져 박 부사장은 단 1주의 지분 없이도 하이트진로를 지배하게 됐다.
하이트진로의 지배구조가 갖춰진 뒤 박태영 사장은 2012년 경영관리실장 상무로 하이트진로에 입사했다. 박 사장은 같은 해 말 경영전략본부장 전무로 승진하고, 2015년 말 부사장, 2020년 말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그 사이 박문덕 회장은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박문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하이트진로는 2014년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하고 김인규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다. 김 대표는 2017년부터 하이트진로홀딩스 대표이사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박 회장을 오랜 기간 보좌하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다만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의 2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워원회에 '편법 증여' 의혹을 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서영이앤티와 하이트진로의 내부거래가 '일감 몰아주기'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서영이앤티를 중심으로 진행된 3세 승계 작업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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