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와우멤버십 회비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랐다. 72% 인상했던 2년 4개월 전보다 인상폭은 줄었지만 인상액은 2090원에서 2900원으로 커졌다.
지금 당장은 신규 회원의 회비만 인상됐지만, 8월부터는 기존 회원들도 오른 회비를 적용받는다. 가격이 달라지면 수요가 변하는 것은 시장의 이치인데 이번 쿠팡의 와우멤버십 회비 인상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유통 경쟁업체들에게 쿠팡의 이번 와우멤버십 인상은 매우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인다.
쿠팡과 새벽배송으로 경쟁을 이어온 컬리는 다음달 17일까지 컬리멤버스에 처음 가입하는 사람들에게 3개월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 회비 인상으로 쿠팡을 떠난 사람들을 끌어오겠다는 계산이다.
네이버도 쿠팡 이탈자들을 데려오기 위해 나섰다. 네이버는 다음달 말까지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신규 회원과 6개월 이내 가입 이력이 없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 구독료를 면제해준다.
신세계그룹은 오는 5월 한달 동안 G마켓의 상반기 빅스마일데이 행사에 맞춰 계열사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의 연회비를 3만원에서 4900원으로 낮춘다. 신세계그룹 측은 3개월 전에 정해진 행사이기 때문에 쿠팡의 회비 인상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해외 이커머스들에게도 쿠팡의 회비 인상은 기회다.
가장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VIP멤버십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회원이 아닌 소비자들에게도 최저가 보증, 배송 지연 시 100% 환불, 90일 이내 무조건 환불·반품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강화될 VIP멤버십에 기대를 거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아마존은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상품에 대해 한국으로 무료 배송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아마존은 11번가의 유료 멤버십 우주패스에 가입한 사람들에겐 무료배송을 제공해왔는데, 이번 한국 무료 배송은 이것과 별개로 진행된다.
초저가 전략으로 한국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테무와 쉬인은 아직까지 멤버십에 관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잠잠할지는 알 수 없다.
와우멤버십 안에 쿠팡플레이 이용권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OTT도 쿠팡의 경쟁자다.
하지만 OTT만 업계에서는 인상된 와우멤버십 가격이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상된 쿠팡 와우멤버십 가격보다 다른 OTT의 구독료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인상된 가격으로 따져봐도 다른 OTT의 구독료는 2배에 달한다. 쿠팡 와우멤버십 가격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다른 OTT를 해지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쿠팡 회비 인상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떨까?
긍정과 부정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부정적인 내용이 더 많이 보인다. "회비 인상 소식을 보고 즉시 해지했다", "해지를 고려 중이다" 등의 댓글이 많다.
쿠팡 측은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과 회원 이탈에 대비한 전략을 내놓았다. 다음 달 7일까지 3주간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특가 행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반응 중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서비스를 나눠서 적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부분이다.
현재 쿠팡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에 대한 혜택을 와우멤버십 하나에 모아서 제공하고 있다. 쇼핑만 이용하더라도 OTT와 배달 몫까지 회비를 내야 한다.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해서 구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는 상당히 낮은 수준의 회비로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원하지 않는 항목이 있어도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하나만 이용해도 저렴했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비가 올라간 지금은 얘기가 다를 수 있다.
단기간에 제공하는 혜택으로 이탈하려는 소비자들의 발을 묶어 놓을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쿠팡이 국내 유통의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더 다양한 방향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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