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브랜드 열전.ZIP'은 한국 근현대사를 거쳐 지금까지도 업계를 이끌고 있는 국가대표급 브랜드들을 들여다봅니다. 이들 브랜드의 생존 철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우리들의 미래 구상에 작은 단초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내 1호이자 지금은 안 써본 한국인을 찾는 게 더 어려운 이 볼펜은 바로 모나미153 볼펜입니다. 모나미 153이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모나미'는 '내 친구(mon+ami)'라는 뜻의 프랑스어를 한글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153'이라는 숫자는 성경의 한 구절에 나오는 숫자, 화투판의 갑오, 15원 짜리 세 번 째 제품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됩니다.
만년필에 잉크를 담아 쓰던 당시 사람들에게 모나미153 볼펜은 처음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요. 영업사원들은 모나미153 볼펜을 알리기 위해 관공서와 기업들을 돌며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노력의 결실로 모나미153 볼펜은 내 친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기를 끌었는데요. 볼펜이 인기를 끌자 송 창업자는 1967년 사명을 광신화학공업에서 모나미로 바꿨습니다.
모나미153 볼펜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짝퉁 볼펜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짝퉁 볼펜은 모양은 모나미153을 그대로 본떴지만 품질은 조악했습니다. 자칫 짝퉁 때문에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는데요.
모나미153 볼펜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파격적인 방법이 사용됐습니다. '화가 나서 밟아 버렸죠!'라는 문구와 함께 부서진 짝퉁 볼펜 사진을 넣어 광고 전단을 만들고, 자체 짝퉁 단속반까지 운영한 것.
짝퉁의 도전을 물리친(?) 모나미153 볼펜은 매년 판매 기록을 갱신해 나가며 국산 볼펜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1978년에는 한 해에만 12억 자루가 팔릴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요.
누구나 갖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나미153 볼펜은 자체의 기능과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요. 부품을 재조합해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가 하면, 볼펜 자루에 몽당연필을 끼워 재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은 버스 한 번 탈 돈이면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매우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60년이 흐른 지금은 버스요금의 1/10도 안 되는 값으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모나미153 볼펜은 지난 2014년부터 고급화 전략으로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으로도 출시되고 있는데요. 다양한 변화가 있지만 외형만큼은 60년 전의 모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지금까지 44억 자루가 팔리며(2022년 기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역시 '가성비'입니다. 고물가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는 지금, 모나미153 볼펜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seok@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