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일섭 GC 회장 장남, 지분 사들이고 경영 참여 '사촌간 분쟁' 우려 시선···'형제경영' 전통 이을 수도 독단적 경영승계는 어려울 듯···"승계원칙 마련 중"
최근 허 회장의 두 아들이 지주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허 회장의 형이자 GC녹십자의 실질적 설립자인 고(故) 허영섭 선대회장의 두 아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10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그룹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허 회장으로, 작년 말 기준 12.1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허 선대회장의 3남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2.91%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차남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2.60% 지분을 보유한 3대주주로 있다.
그런데 최근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전략기획부문 성장전략실 1담당(이하 실장), 막내아들 허진훈 씨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리고 있어 향후 승계대비를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공시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에 따르면, 허 실장의 지분은 지난 2016년 말 0.52%에서 최근 0.75%까지 늘었고, 허씨는 0.47%에서 0.70%로 확대됐다. 딸 허진영씨는 0.27% 지분을 보유 중인데, 사업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분 측면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허 회장이 자신의 아들들을 후계자로 삼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이들의 계속되는 지분 확대는 사촌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그룹 산하에 있는 목암과학장학재단·미래나눔재단·목암생명과학연구소 등 3대 재단의 지분이 총 15.21%에 달하기 때문에 상호협의 없는 허 회장의 독단적 경영승계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형제 사이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허(許)씨 일가 전통이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조카들에게 경영 바톤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허 선대회장과 허 회장의 부친은 한일시멘트 창업주 고 허채경 회장이다. 그는 5명의 아들 중 장남인 허정섭(한일시멘트 명예회장)씨에게 한일시멘트를, 둘째와 다섯째인 허 선대회장·허 회장에겐 녹십자 경영권을 물려줬다. 이어 3남 허동섭과 4남 허남섭도 한일시멘트의 회장직을 차례로 물려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씨 일가들의 승계과정을 보면, 한일시멘트 창업주가 5명의 아들을 두고 경영했을 때부터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회사를 이끌었다"며 "은철·용준 형제가 현재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들이 (경영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도 녹십자와 한일시멘트 형제들끼리 사이가 각별하고, 중요한 사항들에 대해선 의논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허 회장 아들들이 지분을 좀 사더라도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독단적인 경영승계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허 실장과 은철·용준 형제의 나이가 10살가량 차이난다는 점, 허 회장이 조카들에게 핵심 사업회사들을 맡겼다는 점도 사촌간 분쟁 우려를 일축시킨다.
2015년부터 녹십자 대표직을 맡고 있는 허은철 사장은 1972년 2월생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식품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녹십자 R&D기획실 전무, 녹십자 기획조정실 실장 등을 거쳤다.
허용준 사장은 1974년생으로,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경영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쳐 경영관리실장(부사장)을 지냈다.
지난 2010년 부사장에 오른 뒤 2017년 대표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섰고, 2020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허 실장은 1983년생이다. 경희대 산업공학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썬더버드대학원 경영학 석사 등을 졸업한 후 2014년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일각에서는 은철·용준 형제가 지금처럼 주력 사업회사들을 맡고, 허 회장의 두 아들들이 그 외 계열사들을 맡아 공동경영을 이어가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은 허 실장이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그룹은 국내 제약업계 상위 기업인 녹십자를 중심으로 6개의 상장 계열사와 40개의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에는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 제약사 녹십자, 건강기능식품 전문 녹십자웰빙, 의료기기 기업 녹십자엠에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GC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 유비케어 등이 있다.
아직까지 상장 계열사 지분 대부분은 허 회장과 은철·용준 형제에게 쏠려있다.
허 실장은 지난 2018년 1월 녹십자의 캐나다 혈액제제 생산법인 GCBT(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의 상무에 오른 바 있다. 다만 GCBT는 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2020년 스페인 그리폴스에 매각됐다. 현재 북미 혈액제제 사업은 녹십자로 일원화된 상태다.
허 실장은 지난해 4월 녹십자홀딩스와 GC셀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코에라(COERA)의 대표에 오르기도 했다.
GC셀은 코에라를 통해 지난해 미국 GCT(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바이오센트릭 지분 100%를 인수하며 아시아와 미국을 잇는 CDMO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CGT CDMO 시장은 연평균 36.3%씩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제약·바이오시장의 '블루칩'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허은철 사장은 녹십자그룹의 가장 핵심 회사인 녹십자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 외 계열사는 지주사 차원에서 허용준 사장이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워낙 자회사가 많기 때문에 허 회장의 두 아들들이 경영일선에서 활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녹십자그룹은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 후보군 관리를 위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최고경영자 승계업무 지원부서 선정 등 자격검증 및 평가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녹십자그룹 관계자는 "현재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원칙 마련을 위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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