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정의선의 '아틀라스'가 던진 숙제

오피니언 기자수첩

정의선의 '아틀라스'가 던진 숙제

등록 2026.02.04 08:09

수정 2026.02.04 09:04

황예인

  기자

큰 흐름 맞지만 '고용불안' 노사 머리 맞대야

reporter
'일전불퇴(一戰不退)'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끝까지 싸우려는 각오를 뜻한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노동조합의 로봇 도입을 둘러싼 신경전을 보면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연일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달 5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최초 공개한 후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완성도 높은 기술력으로 기대감이 높아지자 그룹 시가총액도 가파르게 올랐다.

같은 날 현대차는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도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아틀라스 한 대 가격은 약 2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기업 입장에서 매일 16시간씩 2명 몫을 수행할 경우 2년 내 투자비를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곧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됐다. 노조는 현대차의 계획에 반발하며 노사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들여올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로봇 투입에 따른 고용 불안과 일자리 감소 우려가 주된 이유다.

그간 현대차는 생산 현장 전반에 산업용 로봇을 적용해왔다. 그럼에도 노조가 유독 '아틀라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기존 로봇과 달리 사람과 유사한 형태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장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노사 갈등이 격화하자 당초 현대차가 계획했던 로봇 기술 도입과 현장 적용이 지체되고 있다. 큰 기대를 모았던 아틀라스는 현재 공장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가 노사 갈등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글로벌 경쟁사인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규어 AI'를 핵심 축으로 관련 기술 상용화 전략도 구체화했다.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테슬라가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AI를 향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발 빠른 기술 전환은 필수다. 하지만 고용 안정에 대한 명확한 대책도 없이 기술 도입만 내세운다면 내부 반발만 커질 뿐이다. 현대차는 기술 혁신과 동시에 근로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장치를 신속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현대차 노조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투입 계획에 반발한 사례를 두고 "AI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24시간 먹지도 않고 일하는 세상이 곧 오게 돼 있다"며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확대에 따른 고용 문제는 기업과 노동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정부는 이 문제에서 기업·노동계가 균형 있는 해법을 찾도록 서둘러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또, 기술 혁신과 함께 노동자들의 일자리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새롭게 열린 AI 시대 속에서 그 누구도 피해 받지 않으면서도 우리 기업이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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