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가계대출 증가를 염려한 정부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을 9월부터 시행함과 동시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까지 일부 중단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9월과 10월 들어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고 매물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세도 둔화된 상태다. 물론 거래가 줄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둔화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9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5조 원대 초반으로 지난 8월의 9조8000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당연한 논리다. 주택은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하는데 은행에서 돈줄을 막으면 주택구입이 어려워져 수요가 감소하고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민감한 이유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면서 향후 몇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가계부채 증가를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당연히 시장금리도 인하될 것이고 시장금리가 인하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려가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줄어들어 수요가 증가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9월부터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를 은행권에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가계대출 규제는 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집이 있는 유주택자에 대해 대출 취급을 중단한 곳도 많다. 시중은행 중 하나‧기업‧SC제일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 모두 유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KB은행의 경우 서울‧수도권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1주택자 이상, 기타 지역은 2주택자부터 주택담보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 서울‧수도권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유주택자에게만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또한 신한은행은 지역과 상관없이 유주택자 모두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원래 주택이 있는 사람이 새로운 주택으로 갈아탈 경우 기존 주택을 매도한다는 조건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세대원이 유주택자인데 본인의 결혼으로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나, 2년 이내 상속으로 어쩔 수 없이 유주택자가 된 경우도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수 있다. 주택이 있는 경우 전세대출까지 중단한 은행도 있다. 신한‧우리은행은 세대원 중에 1주택이라도 있으면 전세대출을 주지 않는다. 물론 특별한 경우 예외는 있다. 직장 이전‧자녀 교육‧질병 치료‧부모 봉양‧이혼 등의 사유를 입증하면 유주택자라도 전세대출을 내어준다. 또 분양권 취득으로 유주택자가 된 사람도 전세대출은 허용된다.
뿐만 아니라 주택소유자가 주택을 구입한 경우 매입 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을 구할 때, 임차인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이용한다. 그러나 KB국민‧신한‧우리‧NH농협‧기업은행은 이런 식의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악용될 수 있다며 대출 취급을 막았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되면 DSR 적용 범위를 전세대출이나 정책금융 등으로 확대하거나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등을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규제가 입주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세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정부는 부동산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역별, 물건별 대출 규제를 선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최근 부동산 가격상승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해당되며 그것도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오히려 비아파트 부분은 매매도, 전세도 어려운 상태로서 비아파트 부분의 대출까지 강도 높게 막을 필요는 없다. 둘째, 무주택자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등 서민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상환 능력만큼 대출을 실행하여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지역에서는 지역규제 도입처럼 대출도 규제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전세금 대출은 서민 중심 대출로 전환해야 한다. 고액 전세대출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빼앗아 가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세금 대출은 무주택 서민에게만 실행되어야 하며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에스크로제도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평상시 가계부채 대응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분별한 대출 규제보다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상환 능력만큼 대출이 이루어지는 지역별, 물건별 맞춤형 대출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다섯째, 국민들에게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알리고 가계부채 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권 금융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체계적 예산 관리와 부채상환계획 그리고 저축과 투자 전략 등 올바른 금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부동산시장은 매매든 전세든 대출을 옥죄면 그 피해는 부자들보다는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양극화는 더 벌어진다. 정부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 당연히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함께 추진되어야 그 효과가 크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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