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반포 1·2·4주구에 현장 레미콘 생산시설 'BP' 설치하기로교통체증 등 제반여건 고려···"레미콘, 90분 내 운송 못하면 폐기"서울 풍납 레미콘공장 폐쇄도 염두···대규모 현장서 유사사례 뒤따를 듯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이하 반포124주구) 재건축 현장 내 BP 설치를 두고 서초구 등 관계기관과 막판 조율 중이다. 현장 BP는 건설현장 내에 설비를 갖추고 직접 레미콘을 생산하는 시설을 말한다. 현장BP 설치와 운용은 삼표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현장BP를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다, 동간 거리 등을 고려해 건물이 부지에 고루 분산되는 아파트 현장의 특성상 설비가 들어설 만한 공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반포124주구 경우에도 설비를 갖추는데 약 300억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가 넓더라도 아무 현장에서나 현장BP를 설치할 순 없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에서 규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침에 따르면 ▲레미콘 제작 후 90분 이내에 운반이 불가능한 지역 ▲고강도레미콘을 생산하는 경우 ▲특수 콘크리트를 시공하는 경우에 현장BP를 설치할 수 있다. 단 현장BP에서 생산하는 레미콘은 해당 공사장 외에 다른 장소로는 반출할 수 없다.
반포124주구에 현장BP가 추진된 것은 현장이 교통체증이 심한 서초구에 서쪽 끝자락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사업을 진행한 헬리오시티(9510가구)와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은 서울 내 레미콘 생산공장들과 직선거리로 3.5~5.5㎞로 20분 안팎이면 도착한다.
반면 반포124주구의 경우 교통체증이 심한 올림픽대로나 경부고속도를 지나야 한다. 현장에 도착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 90분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레미콘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는다. 이 때문에 믹서트럭에 실리고 90분이 지나면 폐기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각에선 내년이면 서울에서 레미콘 공장을 완전 철수하는 삼표그룹의 사정도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삼표그룹의 공장이전이 완료되고 자리 잡기 전까지 현장BP 계약을 통해 일감을 주려한다는 것.
삼표그룹은 현대그룹이 속한 현대자동차그룹과 사돈지간이다. 정의선 회장의 부인인 정지선씨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다. 상호 지분관계가 없어 독자경영을 하고 있지만 삼표그룹 내 계열사의 주요거래처로 현대건설이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표그룹은 그간 서울 내 성수공장과 풍납공장을 운영하며 서울 내 레미콘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성수 일대 개발전략에 따라 2022년 성수공장을 철거했고, 내년엔 풍납토성 문화재 발굴‧보호를 이유로 풍납공장도 철거할 예정이다.
다만 반포124주구의 속사정과 별개로 정부도 품질관리차원에서 현장BP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현장 붕괴 사고 이후에도 상당수 현장에서 묽은 콘크리트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등 콘크리트 품질 문제가 대두되지 않았나"면서 "이런 상황에서 장거리 이동을 위한 응결지연제를 사용하는 것보단 현장에서 고품질의 레미콘을 생산하는 게 낫다고 보는 추세"라고 했다.
업계에선 반포124주구에서 현장BP를 운용하면 다른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현장에도 현장BP 설치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공사 선정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한남뉴타운이나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공사 선정에 돌입하는 압구정현대 등이 유력하다.
비용편익 등을 고려할 때 강남권이나 용산 등 땅값이 비싸고 사업비 규모가 큰 현장에 국한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 외에 레미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은 인근에 레미콘 공장이 멀지 않아, 수백억 원에 이르는 BP설치비를 쓰는 것보단 운송비가 더 저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관계자는 "한남뉴타운과 압구정은 단지 규모가 크고 서울 한복판에 있어 현장BP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그 외엔 은평이나 구로‧금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정도에 규모 큰 현장이 있는데, 모두 고양‧안양‧구리‧남양주 등 가까운 지역에 레미콘 공장이 있어 현장BP를 설치할 필요성이 적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jim332@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