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2024년 현재, 국토연구원의 '모빌리티 빅데이터를 통해 본 우리 사회의 활동 시공간 특성'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2시간 30분을 이동에 사용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활용하는 이동 수단은 대중교통도 포함돼 있다. 성별 이동 거리 분포를 보면 여성은 22.5~25.8㎞를 이동했고 남성은 32.8~58.7㎞를 움직인다. 특히 남성은 20대에 32.8㎞를 이동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동이 늘어 50대에는 하루 평균 58.7㎞까지 증가한다. 그러다 60대에 들어서면 53.3㎞로 줄기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의 멈춤과 동시에 이동도 '0'이 된다. 반면 여성은 20대의 이동 거리가 25.8㎞로 가장 길고 30대(24.9㎞)와 40대(22.7㎞)를 거치며 짧아진다. 하지만 다시 50대에 도달해 26.5㎞로 늘어나는 특성을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남성의 30~50대는 통근으로 이동 거리가 길어지고 여성의 30대~40대는 육아로 이동 거리가 짧아진다고 해석했다. 여성의 경우 자녀 교육이 끝나는 50대부터 사회적 활동 참여가 늘어 이동이 다시 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동은 우리의 삶과 매우 직결돼 있다. 연령에 따라 이동 거리와 방식이 다르고 이동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제각각이다. 그래서 최근 많이 등장하는 '모빌리티 라이프(Mobility Life)'를 우리말로 해석할 때 적절한 단어 선택이 쉽지 않다. 직역하면 '이동 인생' 또는 '이동의 삶'이지만 이동 자체의 목적은 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단적으로 이동 수단의 주행거리는 해마다 줄지만 연령 및 성별에 따른 이동의 속성과 목적은 천차만별이다. 쉽게 보면 이동이라는 행위가 형성될 때 이동하는 사람은 '유희적 이동'과 '생존 이동'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는 뜻이다.
모빌리티 기업들이 미래를 대비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이들은 유희적 이동을 소유, 생존 이동을 공유의 핵심 가치로 삼는다. 특히 생존은 인류의 공통된 기본적 본능이기에 경제적으로 저렴하고 여럿이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기업마다 대표적인 공유 이동인 대중교통 체계에 자신들의 기술을 접목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소유 개념이 강한 유희적 이동에 필요한 '탈 것(The riding things)'은 어떻게든 본질적 이동만 아니라 물건을 소유하려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집중한다. 따라서 이동 거리의 증감 여부와 무관하게 이동 수단 자체에 브랜드 가치를 녹이려 애를 쓴다.
흥미로운 것은 '이동 산업'의 포괄성이다. 이동이 달성되려면 이동 수단이 있어야 하고,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수반돼야 한다. 동시에 적절한 이동 수단이 움직일 수 있는 경로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다 편리한 이동을 만들어주려는 플랫폼 기업도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모빌리티 라이프'를 내세운다.
그렇게 보면 이동을 완성하는 모든 조건은 어떻게든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모빌리티 라이프'가 무엇인지 정의하라고 하면 기업마다 또다시 생각이 갈라진다. 그럼에도 한 가지 공통으로 도출되는 것은 '이동의 편의성'이다. 이동 시간의 축소, 이동 과정에서의 신체적 감정적 편안함이 핵심이다. 이때 이동 수단을 만드는 제조사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려는 본질적 속성 외에 소유욕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배가한다. 공유와 소유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