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두산 합병 문제점 세미나 개최"로보틱스 과도한 고평가 ···기업가치 동등하지 않아"두산, 밥캣 지배력 14%→42% '껑충'···"현금 안 들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TWO IFC 더포룸 브룩필드홀에서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이남우 포럼 회장을 비롯한 천준범 부회장, 김광중 포럼 감사, 회원인 이나래 변호사, 이정현 변호사, 션 브라운(Sean Brown) 테톤캐피탈 이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밥캣 매출, 로보틱스보다 183배 높아···기업가치 비교 불가"
포럼은 이날 3개사의 분할 합병 거래를 바탕으로 국내 상장 기업 분할 합병 거래의 제도적 문제점을 분석했다.
먼저 포럼은 두산로보틱스와 밥캣의 '합병 비율'을 꼬집었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11월 이사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개사의 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에너빌리티의 자회사였던 밥캣은 인적분할을 거쳐 로보틱스 품으로 편입하게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양사 합병 비율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업 재편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이 1 대 0.63으로 정해졌는데, 밥캣 주주들이 이익 권리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포럼 측은 두산그룹의 분할 합병이 로보틱스의 과도한 고평가 이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두산밥캣의 매출이 로보틱스 대비 무려 183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양사의 기업가치를 1:1로 동일하게 보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30억원, 순손실 규모는 15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두산밥캣의 지난해 매출은 9조7624억원, 영업이익은 1조3899억원으로 나타났다.
천 부회장은 "거래 전후 ㈜두산은 밥캣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14%에서 42%로 높이게 되는데도 현금 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기준 약 4조6000억원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을 갖고 있는 밥캣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잠재적 배당금도 그에 비례해서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보틱스가 지난해 10월 공모가에 따른 기업가치(1조6천억)로만 평가되었더라도 같은 거래에서 ㈜두산의 최종 지분율은 18.7%에 머물렀을 것"이라며 로보틱스의 고평가를 언급했다.
"합병은 주주간 거래···이사회 재상정·재논의 필요"
포럼 측은 두산그룹의 분할 합병에 대해 ▲이사회 재의결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엄격 심사 ▲주주총회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 자진 제한(포기) 등 세 가지를 두산그룹과 금감원에 촉구했다.
먼저 천 부회장은 "의사록 검토 결과, 이번 분할 합병 이사회에서는 주주 이익을 위한 검토가 없었다"며 "대법원이 최근 판결한 내용과 같이 그룹 전체가 아닌, 각 회사 이사회들이 개별 회사의 이익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주에 대한 이익이 되는지 이사회를 다시 열어 상세히 검토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나래 변호사도 "이번 합병의 경우 이사회가 책임을 다했는지, 거래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견해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합병은 이사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안건을 다시 재상정해서 재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는 증권신고서 수정을 요청했다. 천 부회장은 "분할 합병 시 주주들은 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되어있는데, 주식은 변동성이 있는 것"이라며 "현재 증권 신고서에는 로보틱스의 사업 분야인 협동 로봇 시장의 성장성이 높지 않음을 고지했으므로, 현재 주가 수준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각사 주총에서 일반주주만의 결의를 받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에 주총에서는 30% 주주인 ㈜두산이, 밥캣 주총에서는 46%인 에너빌리티가 각각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천 부회장은 "이렇게 할 경우 일반주주에게도 바람직한 거래라는 점이 인정돼 완전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광중 감사는 "1년 공개 매수 후 자진 상장 폐지되는 사례들로 소액주주들의 피해와 불만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소액주주들은 위와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후보에게도 이같은 뜻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앞서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두산그룹 사업 구조 개편 논란에 대해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남우 포럼 회장도 "(오늘 회견의) 불씨가 살아나서 (국회에서)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오는 11월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한 뒤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완전 편입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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