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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동화 시대 손끝 숙련과 노동자의 교섭력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자동화 시대 손끝 숙련과 노동자의 교섭력

등록 2024.07.11 10:04

수정 2024.07.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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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시대 손끝 숙련과 노동자의 교섭력 기사의 사진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다. 근 10년간 정규직 생산직 공개채용을 하지 않던 현대자동차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2024년 800명, 2026년 300명의 생산직을 공개채용 하기로 합의했다. 매년 현대자동차 전체에서 생산직 중 2000명 가량이 정년 퇴직하고 있음에도 생산직 공개채용을 정례화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금까지의 근 10년간 현대자동차 생산직 고용을 보면서 앞으로 '정규직이 필요 없는 작업장'이 되겠다는 우울한 관측을 갖고 졸저 '울산 디스토피아, 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에도 잔뜩 그 이유를 써놨는데, 이를 올해 현대자동차 노사가 풀어냈다.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사 간에 퇴직인원을 고려한 생산직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길 바란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생산직 일자리 중 하나를 만들 수만 있다면 만드는 것이 더욱 좋다. 하향 평준화의 시대는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산직 노동자들의 위상은 도전 받고 있다. 책에서 다뤘던 국내 제조대기업들이 정규직 생산직을 뽑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숙련과 임금의 연결고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근속이 올라갈수록 호봉을 올려 임금을 올려주는 이유는, 근속이 올라갈수록 다양한 공정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되고 작업 기량이 올라갈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돈이 많이 필요한 나이가 40~50대이기 때문에 상후하박(고연차가 많이 받고, 저연차는 적게 받는 임금 구조)을 정당화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노동자들의 '필요'와 회사의 '필요'가 결속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현재의 고용구조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동일한 구조로 채용해야 하는 인원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뽑기'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 자동차 커뮤니티에 많았다. 운이 나쁘면 차의 단차가 안 맞거나, 조립이 헐겁거나, 볼트 몇 개 정도 빠지는 경우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화 설비와 로봇 도입, 딥러닝 비전 알고리즘을 활용한 품질관리가 이 최고 수준이더라도 결국 사람의 썰미와 노하우 그리고 미세한 교정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이 타기에는 약간의, 혹은 큰 불편함이 초래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고객이 현대자동차 그저 자동차 승차 경험에서 작업의 미세함을 조율해 고객 만족을 달성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을 기억하고 좋은 인상으로 기억한다면, 공정을 세워 쟁의할 수 있는 역량만큼 큰 교섭력을 줄 것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자동화의 과정에서 기술의 발전 방향에 반대자가 아닌 공동주체로 개입하면서 공동의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만큼의 교섭력이 확보될 것이다. 파업이 필요할 때 정당성 확보에서도 유리할 것은 자명하다. 그만큼의 기반이 확고해야 내년에도, 이후에도 자녀 세대에게 가장 좋은 생산직 일자리를 물려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게 회사 뿐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고객을 위해서도,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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