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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나는 과연 제대로 평가받고 있을까?

전문가 칼럼 이혜민 이혜민의 금융이 핀다

나는 과연 제대로 평가받고 있을까?

등록 2024.01.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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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제대로 평가받고 있을까? 기사의 사진

최근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 총수 가족이 상속세가 많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이 거부됐다는 기사가 나왔었다. 예전에 LA다저스 입단 전 소위 백수 상태였던 야구선수 류현진 역시 카드발급이 거절되었던 웃픈 사례도 있다. 세상에, 위 두 사람의 신용도는 1,000점 만점 이상일 것 같은데 왜 카드발급이 거부되었을까?

Underbanked, 이들은 일반적으로 소매 은행이 제공하는 주류의 금융서비스 및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접근 권한이 없어, 신용카드나 대출과 같은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 또는 조직을 의미한다. 나는 위 대기업 총수 가족, 야구선수 류현진을 포함해서 국내에서 소위 대기업 직장인이 아닌 모든 부류들은 신종 언더뱅크드(Underbanked)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4대 보험이 가입된 직장인들이라고 다 같지 않다. 대기업이 아닌 경우, 외국계 기업인 경우, 심지어 공무원인 경우에도 심지어 더 소득이 높아도 대기업 종사자에 비해 금리와 한도가 불리하다. 이직하는 경우에도 이직 후 6개월까지는 대출 승인이 잘 나지 않는다. 소위 씬파일러라고 자주 정의되었던 프리랜서나 소상공인, 그리고 스타트업 대표까지. 우리는 기존 금융권의 평가 체계에서 소외되는 소수자들이다.

그런데 이런 언더뱅크드는 실제로 더 이상 소수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63만2천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0%를 넘어선다. 또한 긱워커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220만에 달하고, 플랫폼에서 영업 중인 소상공인 역시 170만에 달한다. 또한 안정적인 기업체가 아닌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74.6만 명으로 집계돼 약 1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충분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신용평가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그리고 얼마나 불이익을 받고 있을까? 우리는 이 또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어떤 방법으로 신용도를 높일 수 있는지, 은행에서 우량 고객으로 평가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략 알고 있지만, 명확한 목표치도 방법도 알려주지 않는다. 최근 핀테크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신용 서비스들을 통해 그나마 특정 기업체에 일정 기간 성실히 근무하고 있을 것, 정기적인 소득을 꾸준히 기록할 것 등 근무와 소득 조건 이외에도 카드 사용 금액을 제때 납입하는 것, 대출 이자를 제때 갚는 것, 한도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이 너무 많지 않은 것 등의 지침 정도가 알려졌을 뿐이다.

지금의 이런 상황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신용 평가의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변하는 직업과 시장 변화를 감지하고 미래의 소득 창출 방식들까지도 최대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 신용 평가에도 미래의 잠재 가능성과 상환 의지도 더 적극적으로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 결국 개인과 사회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데이터와 AI 기술을 통해 미래를 지금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없어서 몰라서 관리하지 못하고 금융 불이익을 어쩔 수 없이 받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내 신용점수와 대출 조건을 보며 스스로 물어본다. 나는 제대로 평가받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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