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파이프라인 '펙사벡' 글로벌 임상 결과로 주가 ↑간암 임상 중단, 오너리스크 여파로 투자자 신뢰 떨어져 파이프라인 늘리고 인력 확충, 재정비 후 새 출발
"'펙사벡+리브타요' 병용임상서 유효성 입증, 기술이전 등 논의"
29일 한국거래소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신라젠의 주가는 지난 24일 자사 핵심 파이프라인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1b/2a상 결과 공시 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발표 당일 종가는 4305원이었으나 27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85원 오른 559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거래재개 이후 약 13개월 만에 상한가를 달성했다. 이튿날인 28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70원(22.72%) 오른 686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오너 리스크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신라젠이 본업인 신약개발 성과를 통해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2016년 코스닥 상장 당시 기술평가에서 항암치료제 '펙사벡'이 높은 평가를 받아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펙사벡'은 신라젠이 독자적으로 보유한 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의 항암제 개발 플랫폼 'SOLVE 플랫폼'이 적용된 물질이다. 이 플랫폼은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한다는 특징이 있다. 암세포 파괴 과정에서 체내 면역 반응촉진으로 암세포를 지속 공격하며, 암세포와 연결된 혈관세포 폐쇄를 통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신라젠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간암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진행했지만 중간 평가에서 펙사벡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며 2019년 간암에 대한 글로벌 3상 임상을 중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20년에는 문은상 전 대표 등 신라젠 경영진이 배임 및 횡령 혐의를 받아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상장 폐지 위기에 높여있던 회사는 연구인력 확충, 투명경영·기술위원회 설치 등 한국거래소가 주문한 과제 이행과 최대주주 변경 등을 통한 자금 확보 노력으로 작년 10월 거래재개에 성공했다.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은 미국 바이오제약사 리제네론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를 병용하는 방식이며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신세포암(신장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양사는 지난 2017년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임상 승인 이후 미국, 한국, 호주에서 총 21개 임상기관에서 임상을 시작했고, 올 초 마지막 환자의 마지막 약물 투약을 완료하고 임상을 종료했다.
이번 1b/2a상은 펙사벡과 리브타요 병용 요법의 안전성와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4개(A~D)의 임상군으로 구성됐다. 이 중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으로 정맥 투여(IV)한 임상군(C, D)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했다.
C군은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정맥 주사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했고 23.3%의 객관적 반응률(치료 반응률, ORR)과 25.1개월의 전체생존기간(OS)이 관찰됐다.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맥 주사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한 D군은 17.9%의 객관적 반응률이 관측됐다.
특히 D군은 전체 28명 중 22명이(78.6%) 이전에 세 차례 이상 약물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로 구성됐고 5명은(17.9%) 두 차례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다. 통상적으로 암 임상에서 치료 경험이 많은 환자일수록 반응률이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회사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파트너사인 리제네론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리제네론과 라이선스 아웃을 포함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펙사벡, 다양한 적응증으로 글로벌 임상···파이프라인·포트폴리오 확장
펙사벡은 신장암 외에도 전립선암, 흑색종, 간전이성 대장직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흑색종 대상 임상은 중국에서 리스팜(Lee's Pharmaceutical)이 기술을 이전받아 임상 1b/2상 환자모집을 실시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호주에서 임상2상 환자 모집을 진행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연육종 및 유방암 대상 임상 1/2상 환자 모집을 마무리한 상태다.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시험 결과가 낙관적이라도 해도 신라젠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2018년 4월 중순 신라젠의 주가는 10만원대를 넘나들기도 했으나 현재는 1만원을 한참 밑돈다.
회사는 신약개발 회사답게 적극적인 R&D 활동으로 신뢰도 제고에 나서고 있다.
신라젠은 또 다른 항암바이러스 파이프라인 'SJ-600' 시리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SJ-600'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GEEV®'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기존 정맥 주사형 항암바이러스 대비 투여 농도를 유지하도록 개선해 효율성을 높였고, 여러 조합의 치료 유전자 탑재 및 기전이 다른 약물로 전환 가능하다.
'SJ-600'은 다양한 고형암종을 대상으로 정맥 투여 시 생체 내 항암효능평가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완료한 상태로, 현재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탐색 연구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국제 학회 CRD(Cancer Research & Drug Development)의 초청을 받아 'SJ-600' 시리즈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가 거래재개를 위해 새로 도입한 'BAL0891'은 미국과 한국에서 전이성 고형암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선 지난 2월, 국내에선 7월에 각각 첫 환자가 등록됐다.
앞서 회사는 기존 항암바이러스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 위해 작년 9월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BAL0891'을 도입했다. 이 약물은 신라젠 도입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1상 계획을 허가받은 상태였다. 바실리아는 2000년 다국적제약사 로슈에서 분사한 상장사다.
BAL0891은 항암 유발 효소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기전의 항암물질이다. 종양을 유발하고 성장하는데 관여하는 TTK와 PLK1 두 가지 핵심 인산화 효소를 저해하기 때문에 암의 성장을 강력하게 저해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안전성 확인과 용량 결정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뢰 회복' 문제 남아···R&D 인력 늘리고 경영 투명성 높여
한편, 신라젠은 오너리스크에 가려져 있던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도 이행 중이다.
우선 작년 말 기준 23명이던 연구인력을 올 3분기 26명으로 늘렸다. 박사급 6명, 석사급 9명 등이다.
R&D 부문 총괄은 박상근 전무가 맡았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하고, 글로벌 제약사 한국얀센의 사업개발 부서장, 얀센 계열사 악텔리온의 한국 법인 대표, 엠투엔바이오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엔 대표이사를 보건의료에 전문지식을 가진 인물로 변경했다. 김재경 대표이사는 유전자‧분자진단검사 업체 랩지노믹스 창립 멤버이자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로 재직했다.
또 이사회의 전문성 및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및 투명경영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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